6인조 그룹 신화가 1998년 발표한 데뷔곡 '해결사'를 노래하던 순간. 인순이의 히트곡 '거위의 꿈'이 머리 속에 오버랩 됐다.
10년 전 뽀얀 피부, 앳된 얼굴, 수줍은 미소의 여섯 소년은 가수의 꿈을 키웠다. 어느덧 내년 3월24일이면 10주년을 맞는 이들은 멤버 교체없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아이돌 출신 최장수 그룹으로 성장했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H.O.T'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며, 대중음악계 신화(神話)가 될 한 페이지를 넘긴 것이다.
신화가 9일 오후 5시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에서 '2007 재팬 투어 신화 포에버' 투어의 대미를 장식했다.
6일 나고야서 8천 명, 8~9일 사이타마서 2만6천 명까지 총 일본에서만 3만4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9월 일본 투어의 대미였던 오사카 공연 이후 1년3개월 만의 단독 공연이다.
'소년의 꿈-시작ㆍ태생ㆍ영원ㆍ우정'이란 테마를 담은 이번 공연에선 1집 타이틀곡 '해결사'부터 6일 발매된 싱글 '윈터 스토리', 타이틀곡 '눈 오는 날까지' 10년 간의 히스토리를 총 망라했다.
오랜만의 공연을 준비하는 멤버들의 설렘과 초조함을 담은 영상 '시작'이 흐르자 멤버들은 무대 아래서 차례로 등장하며 '쓰로 마이 피스트(Throw My Fist)'로 포문을 열었다.
'히어로(Hero)'를 잇따라 열창한 멤버들은 "렛츠 고 컴온(Let's Go Come On)!"이란 이민우의 외침과 함께 20여 곡을 휘몰아쳤다. '태생'이란 테마에선 데뷔 시절 초기 곡들을 선사했다. 의자를 이용한 댄스로 화제가 된 4집 곡 '와일드 아이즈(Wild Eyes)', 신화의 존재를 각인시킨 2집 곡 'T.O.P', 하우스 버전으로 편곡한 '해결사'는 10년 간 함께 한 팬들과 추억하는 자리였다.
이후 신화는 노래와 춤이 계속 될 것이란 '영원'과 여섯 멤버의 신뢰가 지속될 것이란 '우정'을 약속하는 곡들로 지난 시간을 자축했다.
015B의 히트곡을 리메이크 했던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를 합창할 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10년이 흘렀건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파워풀한 댄서 이민우의 애교, 신혜성의 호소력 짙은 음색, 에릭의 엉뚱함은 세월을 이겼다.
멤버들의 장난기도 그대로였다. 이날 신혜성은 꽃게춤, 앤디는 하트춤, 머리를 위로 치켜올려 묶어 '강고쿠 사무라이'란 애칭을 얻은 에릭은 '텔 미' 춤을 춰 흐뭇한 웃음을 줬다.
신화는 내년 에릭ㆍ김동완 등 일부 멤버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일본 팬들은 당분간 여섯 멤버가 한 자리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애틋한 듯 보였다.
"여섯 멤버가 당분간 뭉치지 못하더라도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세요. 일본에서 만난 우리는 신화입니다~.”
객석에선 열렬한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화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거위'들이 물밑에서 치열한 발 놀림을 하고 있을 것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