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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보험이라고 해 가입했는데 알고보니 종신보험...계약해지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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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보험이라고 해 가입했는데 알고보니 종신보험...계약해지도 막막
설계사 설명 과정서 오해 발생 다발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1.06.0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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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충남 공주시에 사는 정 모(여)씨는 얼마 전 부모님이 자녀들 모르게 삼성생명에 4개의 보험을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정 씨가 보험 내역을 살펴보던 중 부모님의 설명과 실제로 가입된 보험 상품의 내용이 다른 것을 발견했다.  부모님은 4개의 보험 중 2개를 저축성보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은 모두  종신보험이었던 것. 정 씨는 “계약자인 어머니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금이라는 명목 하에 보험을 가입했다는데 알고 보니 종신보험이었다”면서 “하지만 설계사도 잘못을 부인하고 있고, 삼성생명 측도 계약 당시 어머니가 직접 사인을 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설계사가 종신보험을 저축성이라며 판매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사례2.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아내와 함께 지난해 8월 DGB생명의 저축보험을 가입했다. 하지만 최근 자신들이 가입한 보험이 종신보험임을 알게 됐다. 가입 당시 김 씨는 이미 사망보험에 가입을 해 놓은 상황이라 더 이상 종신보험이 필요 없는 상태였고, 계약을 진행한 설계사 역시 저축을 목적으로 보험 가입했음을 잘 아는 상황이었다는 주장이다. 김 씨와 아내가 저축보험으로 알고 납입한 돈은 지금까지 750만 원에 달한다. 김 씨는 “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자신들에게 저축보험이라며 설명을 해주니 당연히 저축보험인 줄 알고 가입을 했다”면서 “뒤늦게 종신보험임을 알고 설계사와 DGB생명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양쪽 모두 책임 회피 뿐”이라고 억울해 했다.

#사례3. 광주시에 사는 백 모(여)씨는 지난 2017년 미성년자 자녀를 계약자로 한 농협생명의 저축성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당시 설계사인 지인의 권유로 보험에 가입한 백 씨는 최근 해당 상품이 저축성 보험이 아닌 종신보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입을 권유한 설계사 역시 보험종류에 대해 저축성 보험이라고 설명한 사실을 인정했다는 게 백 씨의 주장이다. 백 씨는 “가입 당시 저축성 보험으로 알고 계약을 했는데 종신보험이었다”며 “설계사 역시 자신이 저축성 보험이라고 설명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계약 철회는 되지 않고 있다”며 황당해 했다.

보험 설계사들의 설명 과정에서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 보험으로 알고 가입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된 가입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설계사들이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을 강조하거나 연금 등 일부 저축성 기능을 내세워 가입자들이 저축성보험으로 오해하는 사례가 다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설계사 말만 믿고 보험가입을 진행한 소비자들 가운데 “저축성 보험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종신보험이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 추세로 가입자는 종신보험 가입을 꺼리는 반면 설계사는 인센티브가 센 종신보험 유치를 선호하고 있다.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 입장에서도 부채인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려는 추세여서 이같은 불완전판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종신보험은 보험가입 이후 보험가입자의 사망 등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저축성보험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종신보험은 중도 해지해도 언제든 원금을 보장받는 은행의 저축상품과 달리 계약 해지시 환급률이 상대적으로 작다. 사고 발생에 따른 적립금인 위험보험료와 지급심사 등에 들어가는 사업비가 저축보험에 비해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저축성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적립해 목돈을 마련하거나 노후에 대비하는 등 저축 기능에 중점을 둔다. 연금저축보험, 연금보험, 유니버셜보험, 일반저축보험 등이 이에 속한다. 저축성보험은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낮춰 적립금 규모를 키울 수 있어 향후 환급받는 보험금도 상대적으로 많다. 또 보험사는 자산운용을 통해 일정한 수익률(예정이율)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일선 영업현장에서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인양 판매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종신보험의 만기환급금, 연금전환특약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축성보험으로 탈바꿈되는 셈이다. 

이는 종신보험의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고객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에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심화되면서 가입자 입장에선 필요성이 작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설계사 입장에선 종신보험 유치시 받는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높아 종신보험을 판매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오는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이다. IFRS17 도입 시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영업 행태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뒤늦게 잘못된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설계사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해 청약 철회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또한 납입액보다 턱 없이 적은 해지환급금에 선뜻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다.

생보사 관계자들은 보험 계약 과정에서 설계사 등의 불완전판매가 입증될 경우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DGB생명은 상품설명서 자필 서명과 해피콜 등을 통해 해당 소비자가 종신보험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DGB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자필 서명한 상품설명서에는 ‘본 상품은 보장성보험이며, 은행의 예ㆍ적금과는 다른 상품이고, 저축(연금)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라고 종신보험임이 명확하게 강조돼 있다"며 "또한 해당 고객과의 해피콜을 통해서도 상담원의 청약서 자필서명 및 상품 중요사항 설명 청취, 가입기초서류(청약서 부본, 약관 등) 를 수령했다고 답변한 사실 역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이유로 해당 보험계약은 가입 과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금감원으로 접수된 민원 역시 같은 판단 기준에 의거해 당사에서 불수용 의견을 제출했으며, 금감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기각 처리 됐다"고 덧붙였다.

농협생명 역시 당시 청약서류와 해피콜 등을 검토한 결과 제기된 소비자의 민원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가입경위 및 계약 당시 작성된 청약서류 일체, 해피콜 녹취록 등을 확인한 결과 금융감독원에서 정하고 있는 완전판매 과정을 모두 준수했다"며 "고객이 상품의 중요내용을 모두 이해한 상태에서 청약서, 상품설명서 등에 직접 서명(덧쓰기 포함)한 사실, 해피콜 당시 여러 중요 내용에 대한 질문에 모두 ‘설명 듣고 이해했음’으로 답변한 사실 등으로 판단할 때, 불완전판매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청약서류에는 미성년자인 계약자를 대신해 친권자가 직접 서명했으며, 더구나 2회에 걸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과에서도 불완전판매 정황은 없어 고객의 주장은 근거 없음으로 기각된 사실로 볼 때, 위 계약은 정상적 절차에 따라 체결된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설계사 등에 의한 불완전 판매가 입증될 경우에는 당연히 청약철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다만 분쟁 발생 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해당 민원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4건의 계약 중 1건에 대해 금융당국의 검토 조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당 민원은 금감원에도 접수돼서 처리 중이었던 내용으로 확인이 됐지만 민원인과 설계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달랐다"면서 "당시 진행했던 서비스콜(해피콜) 내용과 자필 서명을 확인했을때에는 별다른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금감원에서 민원을 검토한 결과 4건의 계약 건 중에 1건에 대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어 그 건에 대해서는 원금 상환을 검토하라고 의견이 왔다"면서 "해당 계약 1건에 대해서는 민원 담당 부서에서 약 1~2달 정도의 기간을 거쳐 검토 후 원금 상황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발생 시 청약철회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조치가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비해 평균 수명 등이 늘어나면서 종신보험 고유의 기능만으로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때문에 최근에는 종신보험도 연금 등 저축성 기능을 포함한 컨셉의 상품으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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