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한투가 야속한 사모펀드 금융기관들...'100% 보상' 후폭풍 거세져
상태바
한투가 야속한 사모펀드 금융기관들...'100% 보상' 후폭풍 거세져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7.07 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달 한국투자증권이 자사가 판매한 부실 사모펀드 전량에 대해 계약취소 및 투자금 전액 보상 결정을 내린 후 금융권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판매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전액배상 반대사유로 꼽은 '배임 이슈'가 한국투자증권의 결정으로 문제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부실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들의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를 따르는 상황에서 한투가 선제적으로 전액 보상 결정을 내린데 당혹해하며 피해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올 들어 금감원은 라임펀드(우리은행, 기업은행), 옵티머스펀드(NH투자증권), 라임CI펀드(신한은행), 디스커버리펀드(기업은행) 등에 대한 분쟁조정을 실시했다. 이 중 옵티머스펀드는 전액배상 권고가 내려졌고 나머지 펀드는 40~80% 배상비율 권고가 내려진 이후 개별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절차가 진행 중이다. 

피해자 단체들은 지난 달 한국투자증권의 계약취소 및 전액 배상 결정 이후 금감원 분쟁조정 권고안도 거부하며 새로운 방식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의 선제적 전액 보상을 통해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배상을 주저한 이유였던 ▲배임 논란 ▲분조위 권고 수용 등이 의미가 없어졌다며 금융회사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현재 사적화해 방식으로 전액보상을 결정한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신영증권 등 2곳에 불과하다. 
 

▲ 지난 달 16일 한국투자증권이 환매중단 사모펀드에 대해 전액보상 입장을 밝힌 뒤 젠투펀드 환매중단 피해자모임이 한국투자증권 본사에 내건 플랜카드
▲ 지난 달 16일 한국투자증권이 환매중단 사모펀드에 대해 전액보상 입장을 밝힌 뒤 젠투펀드 환매중단 피해자모임이 한국투자증권 본사에 내건 플랜카드

특히 이들은 금융회사와의 분쟁조정 절차도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사실상 '반쪽짜리 분쟁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금감원 분쟁조정을 핑계로 금융회사들이 사실상 금감원 뒤에 숨어있다고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현재 금감원 분쟁조정절차는 분쟁조정 신청 민원 중 대표사례에 한해 분쟁조정을 하고 나머지 민원은 개별 피해자와 금융회사 간 합의권고 또는 자율조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 다수 분쟁민원의 조기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금융회사에 유리한 방식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피해자들이 가장 불만을 나타내는 부분은 배상비율이다. 이들은 배상비율산정기준안의 결정과정, 배상항목, 배상비율도 펀드별 주먹구구식으로 다루고 있으며 꼭 필요한 적용예시 등 명확한 기준 또는 적용례를 제시하지 않아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 지난 1일 우리은행 라임펀드 피해자 모임은 한국투자증권 방식의 100% 보상을 우리은행 측에 요구했다.
▲ 지난 1일 우리은행 라임펀드 피해자 모임은 한국투자증권 방식의 100% 보상을 우리은행 측에 요구했다.

배상비율과 산정기준안 내용은 외부용역 또는 합리적 과정을 거쳐 과학적이고 객관적 산출근거를 마련해 피해자들이 납득가능하도록 결정해야 마땅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의 경우 분쟁조정시 80대 치매노인에게도 자기책임 원칙을 근거로 20% 책임을 부여하는 등 배상비율 산정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신장식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은 지난 5일 열린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분쟁조정 과정이 금융기관은 금감원 뒤에 숨고 금감원은 계약 취소를 주저하면서 불완전 판매로만 결정하는 구조로 불완전 판매에서의 손해배상 기준은 피해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울만큼 낮거나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 "예상이 현실로"...한투 야속한 금융회사

사모펀드 피해자들과 사적화해를 진행 중인 금융회사들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이미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기준으로 배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쟁조정 결정이 나온 경우 금융회사들은 분쟁조정결과를 통해 산출된 기본 배상비율을 근거로 투자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최종 배상비율 선정 후 개별 고객들과 사적화해 방식으로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분조위 권고안을 거부하고 전액 배상으로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자칫 금감원의 결정을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안이 나왔고 이사회에서도 결의한 뒤 이미 보상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100% 보상을 하라는 것은 금감원 결정을 무시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분쟁조정을 한 회사들 중에서 한투처럼 결정할 회사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모펀드 환매중단 규모가 큰 금융회사일수록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양한 펀드가 환매중단 사태에 물려있지만 판매액은 약 1584억 원으로 가지급금을 제외하면 이번에 추가로 지출되는 금액은 805억 원이다. 최대 수 천억원을 판매한 다른 금융회사보다 상대적으로 금전적 부담이 덜하다.

무엇보다 '펀드 100% 보상'이라는 선례가 남은 점에서 향후 유사 사례 발생시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법적 분쟁 등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금융권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쟁조정 절차라는 것도 결국 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합리적이면서 신속하게 분쟁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인데 오히려 한투의 전액보상 결정으로 분쟁조정 절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 셈"이라며 "결국 금융회사와 소비자간 법적 분쟁이 더 많아지고 이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시간과 비용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이번 사모펀드 전액 보상 결정을 내린 한국투자증권은 오히려 명확한 기준 하에서 보상을 실시한 선례라는 점에서 향후 분쟁발생 소지를 막을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의 보상안은 오랜 분석과 검토를 통해 명확한 보상여부 판단 기준을 세웠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그간 분쟁은 이런 기준이 부재한 것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으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면 오히려 분쟁의 여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