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커밍아웃을 외친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노동당은 12일 최현숙(50) 성소수자위원장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이 출마하는 곳은 종로구로 이곳은 70년대 레즈비언의 집결지이자 현재까지도 게이의 커뮤니티가 모여 있어 한국 성소수자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큰 지역이다.
25년간 결혼생활을 해오다가 2004년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던 최 위원장은 이후 여성 동반자와 동거를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굳이 동성애, 이성애를 나누는 것 자체가 사회에 만연돼 있는 성별이분법적 사고”라고 지적하며 “25년간 경험한 가부장적 이성애 중심의 결혼생활도 내가 가부장적 이성애 중심 사회에 맞설 수 있는 여성 성소수자가 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성적시민권을 확보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신명나는 판을 만들어 성과를 이어가겠다”며 “최근에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지향 등 7개의 차별항목이 삭제된 것을 계기로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전환자에 관한 인권정책’ 등을 준비하는 ‘성소수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네트워크’ 조직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의 출마 선언은 한국에선 처음 있는 일지만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으론 낯선 사건이 아니다. 지난 7월 일본에선 저서를 통해 커밍아웃한 오쓰지 가나코(여ㆍ32) 전 오사카부 의원이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미국 뉴욕시 의장 선거에 동성애자로 출마한 크리스틴 퀸(39)이 당선되기도 했다.
2001년에도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트랑 들라노에(50) 사회당 상원의원이 유럽 최초 동성애자 시장으로 당선돼 파란을 일으킨 적 있으며, 같은 해 독일에서도 동성애자임을 공개해 파란을 일으켰던 클라우스 보베라이트(47)가 베를린 시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