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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주구장창 팔아놓고 하루아침에 서버종료...'먹튀 게임'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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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주구장창 팔아놓고 하루아침에 서버종료...'먹튀 게임' 피해 속출
사용하지 않은 재화라도 환불 제한돼 원성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1.10.2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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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웹젠의 모바일 MMORPG '뮤 온라인H5'를 꾸준히 과금해오며 즐기던 중 올해 6월 17일에 게임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 각종 오류와 버그는 잡지 않고 과금 이벤트만 주구장창 열어 오다 갑자기 서버 종료를 통보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그동안 모아 놓은 아이템이 한 순간에 휴지 조각이 됐고 소지한 다이아(유료 재화)도 환불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저 수가 적지 않아 서비스 종료를 예상 못했는데, 과금을 유도해놓고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환불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분개했다. 당시 웹젠 측이 공지한 환불 가능한 다이아는 결제를 통해 얻은 미사용 다이아에 한했다. 결제로 획득하지 않은 다이아와 다이아 구매 시 추가로 지급된 다이아 등은 제외됐다. 웹젠은 "오랜 시간 함께해 주신 유저들에게 죄송스러운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김 씨는 뮤 온라인H5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고
▲김 씨는 뮤 온라인H5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고 "과금을 유도해놓고 갑작스레 서비스를 종료하는데 환불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분개했다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카카오게임즈 모바일 RPG '블레이드2'를 즐겨온 유저로, 올해 6월 28일에 게임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개했다. 업체 측이 과금을 부추기는 이벤트를 계속 열어온 터라 서비스 종료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과금 유도는 서비스 종료 안내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도 진행됐는데, 서비스 종료에 따른 환불 신청 대상에는 올해 1월과 3월 초에 걸쳐 진행한 과금 유도 이벤트 내용이 일절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박 씨는 "버그는 2년 넘게 방관하면서 현질 유도 이벤트만 주구장창 내며 계획적으로 과금을 부추기고 서비스를 곧바로 종료했다. 환불 대상에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 기만 행위나 다름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환불 대상 기간은 디지털콘텐츠 이용 표준약관에 따라 설정했으며 안내한 기간 이전에라도 사용하지 않은 콘텐츠는 환불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블레이드2 공식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과금 유도 후 서비스 종료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블레이드2 공식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과금 유도 후 서비스 종료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내달 19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펍의 모바일 MMORPG '미르의전설2 리부트' 유저로 방치나 다름 없었던 업체 측 운영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올해 6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업체 측은 서버 점검과 업데이트는 물론 어떠한 이벤트도 하지 않았다. 4개월여 만인 지난 12일 서비스 종료가 공지되자 이 씨를 포함한 유저들은 "적지 않게 지불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서비스 종료로 모두 무용지물이 됐는데 국내 게임법이 허술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게임펍 측은 "개발사의 경영 악화로 추가 업데이트와 서버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이전과 같은 게임 환경을 지속 제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서비스 종료라는 무거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12일부터 이달 12일 오후 3시까지 결제한 미사용 유료재화에 한해 환불해주겠다는 방침이다.
 
▲미르의전설2 리부트 공식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서비스 종료 소식을 접하고 허탈해하고 있다
▲미르의전설2 리부트 공식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서비스 종료 소식을 접하고 허탈해하고 있다
과금을 유도하다 돌연 서비스 종료를 통보하는 게임사들의 운영 행태에 게임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할인 패키지 등의 콘텐츠를 무리하게 판매해오다 인기가 줄어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운영을 포기해버리는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 게임에 대한 불만이다. '먹튀'는 PC 온라인 게임에 비해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에서 △성공한 게임을 베껴 제작한 양산형 게임에서 △중소 게임사 게임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게임은 서비스 종료 안내 직전까지도 유료 컨텐츠에 대한 과금을 꾸준히 유도한다. 이 시기에는 서버 점검과 업데이트, 이벤트도 거의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운영으로 부실하게 관리하다 어느 날 갑자기 서비스 종료 일자를 통보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모바일게임 표준약관과 온라인게임 표준약관 등에 따르면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려는 업체는 최소 30일 전까지 이용자들에게 통지하면 된다. 그러나 게임 내 공지사항 등을 읽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이용자들이 대다수다 보니 서비스 종료 사실을 뒤늦게 아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출시 후 1년도 안 돼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 더 문제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 전문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 통계에 따르면 PC 온라인 게임은 최소 3년에서 10년 이상 서비스가 유지되지만 모바일 게임은 평균 3~6개월로 상당히 짧다.

서비스 종료에 따른 유료 콘텐츠 환불 문제도 지적된다. 전자상거래법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하는 콘텐츠이용자 보호지침 등에 따르면 미사용하거나 사용기간이 남아 있는 유료 컨텐츠에 한해 환급이 이뤄진다. 서비스 종료 안내 전날에 결제해 소비한 경우라도 환불이 불가하다.

미사용한 콘텐츠마저도 환불 여부가 나뉜다. 업체에서 정한 결제 기간에 과금한 잔여 콘텐츠만 환불이 가능하다. 환불 기준을 7월 12일부터 10월 12일까지로 정해놨다면 7월 11일에 결제한 콘텐츠는 환불이 불가하다는 식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서비스 종료를 예상하지 못하고 전날까지 과금하다가 다음 날 중단 소식을 전해듣고 허탈해한다. 게임에 들인 수백 내지 수천만 원의 돈은 물론 노력과 시간이 모두 휴지 조각이 됐다는 반응들이다.

이용자 대다수는 결제한 즉시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어 환불을 요구하고 싶어도 실제 남아있는 재화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실질적으로 환불을 받지 못하고 게임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서비스 종료를 예상 못하고 크게 질렀는데 갑작스런 종료로 과금한 돈이 전부 허공에 붕 뜬 셈이 됐다", "서비스 종료 안내 직전까지도 과금 유도 이벤트를 했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질타받을 만한 일이다",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도 모자라 환불도 안 된다니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며 분개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 종료 관련 법·규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비스 종료 통지 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개월로, 환불 대상을 미사용한 컨텐츠가 아닌 사용한 컨텐츠도 포함해야 한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환불 대상 기간도 게임사에서 임의로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금을 지나치게 유도하고 갑작스레 서비스를 종료하는 먹튀 행태는 게임 산업의 고질적 문제다. 게임사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게임 기획과 운영을 해야 하며 유저들이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를 확립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먹튀 게임은 이달 1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소비한 재화나 아이템은 환불을 해줄 수 없다. 법적으로 먹튀를 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기존법을 개정해 콘텐츠 이용자 현실에 맞는 구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그간 이용자와 게임사의 계약 문제라고 단순하게 봤던 것 같다"며 "(법)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 의원의 지적에 동의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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