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19일 저녁 실시된 제17대 대통령선거 개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대로 이 후보의 독주 양상으로 전개됐다.
5년전 대선 개표 때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과 역전의 드라마는 없었고 전국의 유권자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개표 중계방송을 지켜봤다.
투표가 마감된 오후 6시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 이명박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해 2위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24.3%∼26.3%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낙승을 거둘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내자 각 당은 희비가 엇갈렸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여의도 한나라당사 주변에서는 `이명박 만세, 한나라당 만세' 소리가 터져나오는 등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였으나, 당산동 대통합민주신당 당사에서는 `더블 스코어 차'로 참패할 것이라는 참담한 성적표에 장탄식이 흘러나왔고 당 전체가 쇠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 역시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득표에 그칠 것으로 보도되자 "믿을 수가 없다"며 침통한 표정이었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캠프도 각각 5∼6%와 3% 안팎 득표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 앞에서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1% 미만 득표에 그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한 민주당 이인제 후보 진영은 아예 할 말을 잊었다.
전남 장성군과 무안군을 필두로 개표작업이 시작되면서 오후 6시 10분께 전국 0.1% 개표상황에서 정 후보(67.1%)가 이 후보(18.4%)를 제치고 잠시나마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0.2% 개표가 이뤄진 오후 7시21분께는 정 후보(48.8%)와 이 후보(33.4%)의 격차가 줄어들었고 서울 등 수도권과 영남권의 개표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0.7% 개표가 완료된 오후 7시34분께 이 후보가 정 후보를 역전했다.
정 후보의 `1시간20분 천하'가 끝난 이후 이 후보는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계속 격차를 벌려나갔다.
개표율이 3.3%에 이른 오후 7시55분께 일부 방송사는 득표율 추이를 감안해 일찌감치 `이명박 후보 당선유력'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