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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진출로 인증 중고차시장 달라질까?...거래투명성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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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진출로 인증 중고차시장 달라질까?...거래투명성 개선 기대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2.03.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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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완성차 업체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 걸림돌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대표 정의선)의 중고차 매매사업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제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는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현대차는 경기도 용인시에 중고차 사업 등록을 마쳤고 기아는 전라북도 정읍시에 중고차 사업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중견 3사도 내부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 등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도 충분히 예상된다는 점에서 향후 조정심의회를 통해 우려되는 부분을 조율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기대해볼 점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 우선 시장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장 신뢰도는 14.8%로 미미했다. 

설명과 다른 성능상태·사후 관리 미비·허위/미끼 매물·사고차 미고지 등 다양한 사유로 중고차 매매업에 대해 신뢰를 놓게 된 것이다.

올해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를 통해서도 5일당 평균 1건 꼴로 위와 같은 이유의 중고차 불만 민원이 등록되고 있다.  

제조사가 직접 시장에서 매물을 관리하고 이를 소비자가 구매한다면 이런 위험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조사가 보유한 기술력으로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개 항목의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할 것”이라 말했다.

또 성능·상태 검사를 기반으로 차량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판매가격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관련 정보도 소비자들이 폭넓게 찾아볼 수 있다. 그간 중고차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가 전문가들로 무장한 매매업자들 대비 거래에 불리한 요소가 많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운영, 자사 고객뿐 아니라 타사 고객과 기존 중고차업계 등 모든 중고차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신차급 중고차인지 소비자가 따져보고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출로 소비자가 비교하고 골라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 개개인에 맞는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중고차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인증 브랜드 업체를 운영 중인 수입차 브랜드들은 보다 엄격하고 꼼꼼한 관리로 같은 연식의 모델이더라도 일반 중고차 업체보다 많게는 수 백만 원(보통 2~300만 원) 가량 비상 비싸게 판매 중이다.

만약 현대차가 수요가 많은 중고차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된다면 현대차 흐름대로 시세가 조정될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의 대외적 이슈 탓이 아니라 업체 재량으로 중고차 가격이 높아지고,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날이 올 위험도 있다. 

단순한 우려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은 국내의 기형적인 자동차 시장 때문이다. 지난 두 달간 현대차그룹(현대차, 기아)의 내수 점유율은 88.9%에 달했다. 지난해(87.8%), 2020년(83.1%) 점유율을 보면 매해 오르고 있다. OECD 가입 국가 중 한 그룹의 점유율이 80% 이상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구조가 매년 더 심해지고 있다.

결국 한 기업의 독주로 중고차 가격이 높아져 신차 가격 책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입차 인증 중고차와는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독점 현상이 이어질 시 서비스 퀄리티가 초반에는 유지되더라도 향후에는 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시장 규모가 한쪽으로만 확대되면 가격이 분명히 올라가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단계적 점유율 제한 등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출은 환영할 일이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 일이 아니었다. 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결말로 끝나 다행”이라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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