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은 카카오페이 신원근 대표 내정자가 지난 24일 '주가 20만 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부분을 언급했다. 주가 폭락에 대해 서진석 이사회 의장과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주가 35만 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기 부회장은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한 뒤 "본인은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셀트리온이 25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제3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의장을 맡은 셀트리온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는 심적으로 힘들었던 한해였다. 금융감독원 감리 이슈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오늘 주총을 하고 있으나, 지난 감리 과정은 창업 이후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셀트리온그룹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판권을 셀트리온에 되팔고 받은 218억 원을 매출로 잡아 적자를 피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셀트리온 기우성 대표가 정기 주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개발과 제조를 담당하며 이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이 구매해 각각 해외와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금융당국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자산의 평가손익을 과소계상했는지 여부와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매출로 잡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고의성 판단 여부에 따라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결정될 것이라 내다봤었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제7차 임시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셀트리온 상장 3사에 대한 감리결과 조치안을 심의한 결과, 거래정지가 아닌 담당임원 해임권고와 감사인지정 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기우성 부회장은 주주들이 IR팀을 통해 제안한 사항에 대해 "주주들의 마음을 십분 공감한다. 제안사항에 동참하지 못했던 건 내가 현재 공적으로 셀트리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여러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주총에서는 좀 더 허심탄회하게 주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셀트리온이 보고한 경영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 1조9116억 원과 영업이익 7525억 원, 순이익 5914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 3.4%, 5.7% 늘었고 순이익도 13.9% 증가했다.
별도 매출은 1조61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7128억 원, 5716억 원으로 각 1.3%, 12.6% 늘었다.
이어 △김근영·김원석·유대현·이순우·이재식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재선임 △고영혜 사외이사 신규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스톡옵션(Stock Option) 부여 승인의 건이 상정됐다.
신규 선임되는 고영혜 사외이사는 셀트리온의 첫 여성 사외이사다. 이는 별도 기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는 오는 8월부터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반드시 둬야 한다는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다.
셀트리온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조3386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1% 증가했다.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주가 폭락에 대한 대책을 사측에 요구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오늘 주총은 복받치는 설움과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날이 되고야 말았다. 주가 폭락에 대한 회사 대응에 엄청난 불신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주가하락 원인을 제공한 회계감리 문제가 우여곡절 끝에 해결됐으나 40만 원을 넘겼던 주가가 65%까지 폭락해 주주들의 재산피해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기우성 대표이사와 서정진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이사회 의장이 책임을 지고 주가가 35만 원에 도달할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임 경영과 고통 분담 취지다.
이에 대해 기우성 부회장은 "다른 회사의 대표이사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것에 대한 상징적 의미는 동의한다. 내 스스로 최저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보겠다"고 답한 뒤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대해) 동의한다"고 약속했다.
소액주주들은 보통주 신규발행을 통한 스톡옵션이 아닌 자사주를 활용한 스톡옵션 제공과 자사주 소각도 제안했다. 스톡옵션은 근무의욕 고취와 우수인재 영입을 위해 필요하나 보통주 신규발행은 주식수 증가로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자사주 소각에 대해 "포스코, 금호석유화학, 신한금융지주 등이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셀트리온도 최근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근심을 달래주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나 현재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없이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다. 자사주 활용한 스톡옵션 부여에 대해 명확히 답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우성 부회장은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장치와 제도를 마련해놨다"고 말했다. 스톡옵션은 자사주로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기우성 부회장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는 "제약산업 특성상 M&A가 활발하다. 물질 탐색부터 임상까지 모든 분야를 한 회사에서 전부 하는 것은 현실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재원이나 현금 등 M&A 준비가 안 되면 퀀텀점프는 꿈에 불과하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1~2주가량의 단기적 효과를 볼 수는 있겠으나, 재원을 통한 장기적 효과를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소각을 더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언론을 통해 자사주 소각보다는 향후 한 단계 더 퀀텀점프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여러 방안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