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행정법원의 로이 피어슨 판사로부터 바지를 분실했다며 5천4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소송을 당했던 한인 세탁업주 정진남.수연씨 부부가 '억지소송'을 예방하는 홍보맨으로 나섰다.
26일 이들은 재판이 진행될 당시에 변호에 필요한 경비 6만4천 달러를 기부한 미국 상공회의소(www.uschamber.com)가 무분별한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직접 만든 영상(http://iamlawsuitabuse.org)에 출연했다.
2분52초 분량의 영상에는 부부가 세탁소를 배경으로 1992년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와 세탁소를 차렸고, 2호, 3호점을 냈지만 '바지소송'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영상에서 정씨는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왔고, 열심히 일했다"며 "하지만 한국에선 경찰서에 한번 가본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 법정에 몇 번씩 출두해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결국 이뤄놓은 것을 잃고 말았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번 소송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소모적인 싸움이었다"며 "이 사건이 한 알의 씨앗이 돼 (무분별한 소송을 남발하는 일부 관행이) 미국에서 고쳐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 생각한 대로 꿈을 한번 이뤄보고 싶다"고 재기의 의지를 불태웠다.
또 정씨의 "생각도 안 해본 일이었다. '설마 바지 하나가 그렇게 (소송 비용) 될까'..."라며 "세탁소 하기 싫어요. (피어슨 판사에게) 당한 것을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한편 피어슨 판사는 정씨가 세탁소 유리창에 '만족보장'이란 홍보문구를 내걸고 있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6천7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나중에 5천400만 달러로 낮췄고, 결국 2년여에 걸친 법정다툼 끝에 패했으며 해고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