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패키지 게임을 구매했다가 정상 유통 제품이 아닌 것을 알게 돼 환불을 요청했으나, 되려 협박까지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화성시 향남읍에 사는 윤 모(남)씨는 최근 네이버쇼핑에서 한 게임판매업체를 통해 ‘테이블탑 시뮬레이터’라는 스팀 패키지 게임을 구매했다. 정가는 2만1000원이지만 이 게임샵에선 8500원으로 60%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구매 후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판매자에게 연락하니 업체는 "해외 우회를 통해 게임을 판매하고 있다"며 스팀 플랫폼에서 자신의 현재 국가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윤 씨는 가격이 저렴해도 편법으로 게임을 구매하고 싶지 않아 판매자에게 게임을 받기도 전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이미 ‘해외 우회 구매 가이드’를 발송했다며 거부했다. 거듭 환불을 요청하자 “지속적인 반품 요청 시 고의적 판매방해 행위 및 업체 권리 침해로 네이버에 신고하고 고발하겠다”며 되려 윤 씨를 협박한 후 게임도 지급하지 않고 차단해 버렸다고.
윤 씨는 “게임을 받기도 전에 취소, 환불을 요청했는데 메시지로 안내 가이드를 보냈다고 불가능하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며 “지속적인 반품으로 신고 고발한다는데 대체 내가 소비자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했다.

현재 스팀이나 에픽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 플랫폼의 패키지 게임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수의 업체들이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게임을 판매하고 있다.
업체들은 광고 페이지를 통해 아무런 문제 없는 정품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실제론 대부분이 ‘해외 우회 구매’다.
국내에서 해외 우회 구매가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각 국가별 사정에 맞춘 판매 정책을 악용해 게임 업체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다. 실제로 게임업체들은 이러한 방식의 판매/구매 행위를 약관을 통해 금지하고 있다.
최근 패키지 게임 ‘던전앤파이터 듀얼’을 스팀에서 출시한 넥슨도 이 같은 피해를 겪고 있지만 법적인 제재 근거가 없어 해외 우회 판매 행위를 막지 못하고 있어 난처한 처지다.
게임사들은 약관에 따라 구매자들의 계정을 정지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알 리 없는 소비자는 결제하고 나서야 업체들로부터 해외 우회 구매에 관한 안내를 통보받는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해외 우회 구매를 감수하기도 하지만 윤 씨의 경우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업체에 환불을 요청한 경우다.

네이버 온라인 문의하기를 통해 해당 업체에 직접 문의했지만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기자를 차단한 상태다.
패키지 게임을 판매하고 있는 또 다른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어 대부분 소개 페이지에 '해외 우회 구매'를 노출하지 않고 거래가 시작되면 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판매 방식에서 환불은 업자의 재량이며 요즘은 환불이 가능한 업체도 많다”며 “윤 씨 사례의 판매자는 잘 모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그럴듯한 말로 윽박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에 문의한 결과 사례의 판매자가 소비자를 협박한 것처럼 네이버에 고발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취재 이후 윤 씨는 네이버 페이를 통해 판매자로부터 게임 구매 대금을 환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판매 행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상거래과 과장은 “해외 우회 구매의 경우 표시 의무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소비자를 협박하며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았음에도 환불이 불가하다는 논리는 매우 악의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통신판매업 신고까지 한 업체라면, 판매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에 소비자가 구매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