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신 금리 인상으로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났는데 최근 금리가 내려가면서 자금 중 일부가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금융 상품으로 흡수되면서 공모펀드 잔액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권 공모펀드 잔액은 60조9956억 원으로 작년 12월 말 대비 1조792억 원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행장 이재근)이 14조192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행장 정상혁)은 11조1874억 원, 하나은행(행장 이승열)도 10조7814억 원으로 잔액이 10조 원 이상이었다.
공모펀드를 포함한 은행 펀드 시장은 지난 2019년 DLF 사태로 촉발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인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펀드 판매는 고사 직전까지 몰릴 정도로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특히 공모펀드는 사모펀드 사태 이전에도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펀드 잔액도 매년 감소하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대기자금 중 일부가 단기금융상품에 흡수되면서 공모펀드 전체 잔액도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단기금융상품 대부분은 MMF에 편입된 자금이다.
현재 MMF 평균 수익률은 3~4% 정도로 은행 정기예금 평균굼리보다 비슷하거나 소폭 높다. 은행 내 다른 수신상품보다 금리가 높고 수시입출금식이라 자금관리 차원에서도 무난한 선택지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더 이상 급격하게 올리기 어렵고 우리나라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금으로 넘어간 자금이 다시 MMF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몰린 결과"라며 "금리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기류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은행에 비해 펀드 판매가 활성화된 증권사들도 올해 공모펀드 잔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공모펀드 판매 잔액은 145조7035억 원으로 작년 12월 말 대비 24조4408억 원 증가했는데 대부분 MMF를 포함한 단기금융상품이었다.
다만 은행 공모펀드 시장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은행들도 고민하고 있다. 단기금융자금 비중이 높을 경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해 전체 공모펀드 잔액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공모펀드 잔액이 늘었지만 단기성 자금을 제외한 상품 판매는 여전히 저조한 편"이라며 "향후 공모시장은 특정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TF가 대세가 될 것 같고 일반 공모펀드보단 TDF(타겟데이트펀드)를 통한 공모펀드 비중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