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래에셋증권은 10대 증권사 무형자산 투자액 가운데 36%의 비중을 점유하며 압도적인 규모를 보였다.
과거에는 영업권이나 산업재산권이 무형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AI를 포함한 전산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인프라 연구개발 투자로 무게가 옮겨가는 추세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무형자산 투자 규모는 1조322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2459억 원과 비교해 6.2%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 활용을 위한 신규 전산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개발비와 소프트웨어 비용은 487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320억 원 대비 약 13%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의 무형자산은 최근 AI 개발에 집중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망 분리 규제를 완화해 금융권의 생성형 AI 활용을 허용하면서 관련 투자가 활발해졌다.
게다가 올해 3월 국내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형자산 투자를 늘렸다.
미래에셋증권의 무형자산 규모는 4759억 원이다. 증가율이 0.4%에 그쳤지만 증권사 가운데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AI 기반 업무 자동화와 전사 AI 활용 확산을 위해 ‘AIOps 플랫폼’을 구축했다.
또한 고객 편의성 강화를 위한 AI 투자도 활발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금융권 최초로 AI 기반 신분증 사본 판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전국 모든 영업점에서 신분증의 진위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위조 신분증까지도 식별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외에도 AI를 통한 해외공시 번역 서비스, 고객이 보유하거나 관심 있는 종목에 대해 알림을 주는 투자정보 알림 서비스, 수익률이나 매매패턴 등 빅데이터와 AI기술을 활용한 투자 종목 제공 등 다방면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B증권이 2385억 원으로 2위였으나 7.3% 소폭 감소했다. KB증권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으로 'AI디지털본부'를 신설한 데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생성형 AI 그룹장을 영입하는 등 관련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정부의 AI 활용 확대를 위한 망분리 규제완화 정책에 맞춰 지난해 말부터 AI통합금융플랫폼 ‘캐비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M365/Copilot’등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해 지정을 받았고 구축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의 무형자산 투자 규모는 1181억 원으로 16.5% 증가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하나증권이 1116억 원으로 63.6% 늘며 4위에 올랐다. 특히 하나증권은 증가액이 434억 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컸다.
하나증권은 고객 서비스와 내부 업무 효율화에도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업계 최초로 AI 기반 명함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와 미국 시장의 내부자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AI내부자시그널, 지난달에는 AI기반 초개인화 포트폴리오 시스템 ‘AI연금프로’를 선보였다.
신한투자증권(대표 이선훈)은 844억 원, 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은 794억 원으로 각각 5위와 6위를 기록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신한투자증권은 4%, 한국투자증권은 8.3% 감소했다.
키움증권(대표 엄주성)은 4.5% 소폭 증가한 606억 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대표 윤병운)은 163.8% 급증한 583억 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미국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플루토’와 협업해 AI 에이전트 고급 도우미 ‘터미널 엑스’를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수천 건의 리서치 문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검증된 뉴스 소스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가 원하는 답변을 제공한다.
이어 대신증권(대표 오익근)은 14.8% 증가한 490억 원, 메리츠증권(대표 김종민)은 0.6% 감소한 471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금융위의 AI 활용 확대를 위한 망분리 규제 완화에 따라 AI 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올 초 대체거래소 오픈도 무형자산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