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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 6개월 밀려도 건설사 '나 몰라라'...모호한 지체 보상금 규정에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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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 6개월 밀려도 건설사 '나 몰라라'...모호한 지체 보상금 규정에 피해 속출
'시공사 책임' 대체 어디까지?
  • 천상우 기자 tkddnsla4@csnews.co.kr
  • 승인 2023.06.0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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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논산시에 사는 윤 모(남)씨는 올해 6월에 입주 예정이었던 천안 봉명동 ‘이안그랑센텀’도 입주 예정일이 당초보다 5개월이나 지난 11월로 미뤄져 이사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공사인 대우산업개발은 코로나, 건설비 자재 수급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체보상금과 관련해서는 “미리 공지했기 때문에 입주 지체 보상금은 없다”고 밝혔다.

# 경남 양산시에 사는 윤 모(남)씨는 지난 2021년 한국토지신탁이 공급한 ‘양산 코아루 에듀포레’를 2억2000만 원에 분양받았다. 2024년 3월에 준공 예정이었지만 시행사가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을 이유로 사업 정상화에 실패해 분양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예비 입주자들은 계약서상에 명시된 위약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한국토지신탁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위약금 지급을 미뤘다. 결국 수분양자들 일부가 소송을 제기했고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은 소송 결과에 따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021년 1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원흥베네하임 3차’ 오피스텔을 2억4000만 원에 분양받았다. 분양 당시 입주 예정일은 올해 1월이었지만 원자재값 급등, 화물연대 파업 등의 문제로 준공일이 6월로 밀렸다. 이에 김 씨를 포함한 창릉 베네하임 3차 분양자들 일부는 시행사에 입주 지연 책임을 물어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 시공사인 광성종합건설은 계약 해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자재값 급등,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인한 입주 지연이기 때문에 시공사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지체보상금 역시 중도금을 덜 내는 방식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지연으로 입주가 지연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지체보상금 지급을 기피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체보상금 관련 규정이 모호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지만 시공사들은 최근 사태는 원자재값 상승, 화물연대 파업 등 외부적 요인이라며 보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시공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61조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입주자 모집공고에서 정한 입주 예정일 내 입주를 시키지 못한 경우 실입주 개시일 이전에 납부한 입주금에 대해 입주 시 입주자에게 연체료율을 적용한 금액을 지체보상금으로 지급하거나 주택잔금에서 해당액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아파트 표준분양계약서에도 '수분양자는 입주 지연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3개월 이하라면 지체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주택 상품별로 다르지만 공동 주택의 경우 통상적으로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자연재해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지연될 경우 시공사는 계약 해지나 지체보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

문제는 '시공사의 책임에 의한 입주 지연'의 정의가 모호해 같은 상황이라도 계약 해지 및 지체보상금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공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값 급증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인한 입주 지연을 시공사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보니 입주 예정자들은 보상을 받거나 계약 해지를 위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가 지연돼 지체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더 나아가 계약 해지까지 이어지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며 ”하지만 원자재값 상승, 파업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생긴 입주 지연까지 시공사의 책임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공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파업 등 외부적인 요인을 자연재해와 같은 선상에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시공사의 책임 범위를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하고 계약서에도 이를 정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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