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후임자로 대부분 내부 출신 인사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금융권에서는 '관치인듯 관치아닌 관치같은' 상황에 매우 낯설어 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이 원장 취임 후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사 8곳의 회장 중에서 임기가 만료된 4곳 모두 연임하지 않았다.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용퇴를 선언해 5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되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도 금융당국이 정관 변경을 통한 연임 시도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연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DGB금융은 정관상 만 67세 이하만 회장에 선임될 수 있는데 김 회장의 나이는 올해 만 68세로 연임에 도전하려면 정관을 바꿔야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꼼수'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 '공정한 경쟁' 강조하는 금감원...'애매하다'는 금융권
금감원은 이 원장 취임 후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회장들과 후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 원장 체제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퇴진을 두고 금융당국과 각 회사들 사이에는 석연치 않은 과정들이 있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손태승 전 회장의 연임을 두고 이 원장이 '현명하게 판단하라'고 최후 통첩을 날릴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었고 BNK금융지주 역시 CEO 선임 과정에서 외부인사 영입을 허용하지 않은 부분을 두고 폐쇄적이라고 지적하며 날을 세운 바 있다.
최종 회장 후보군 면접 당일 용퇴를 결정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 이 원장은 '존경스럽다'고 말했지만 당시 용퇴 배경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있었던 점도 사실이다.
이 원장이 비교적 호평을 내렸던 KB금융지주 회장후보 추천 과정에 대해서도 지난 5일 "선임 절차에 대한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정한 뒤 후보군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KB금융은 회장 후보군을 먼저 정하고 평가 기준을 정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감원은 현직자의 장기연임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후임자 선정 과정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 원장 부임 후 회장이 바뀌거나 바뀔 예정인 은행계 금융지주 5곳 중에서 관료 출신을 임명한 우리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3곳은 내부 출신 인사가 임명됐거나 내정됐다. 농협금융지주는 공적 성격이 강한 곳이고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이슈가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였다.
금융권에서는 현 금융당국이 특정 인물이 장기간 집권하는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크게 갖고 있지만 일정 기준을 통과한 새로운 인물에 대해서는 심하게 간섭하지 않는 낯선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인이 장기간 연임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내부 출신으로 선임하는 것은 용인하는, 그러나 그 과정이 충분히 공정해야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스탠스인 것 같다"면서 "심하게 간섭한다는 느낌을 받진 않지만 지배구조 개선의 탈을 쓰고 어느 정도 선에서 개입하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정성이 담보된 회장 후보 선임 절차가 주어진다면 실력 있는 최고 경영자의 장기 연임 자체를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도 회추위 또는 임추위 구성원들인 사외이사들의 선임절차부터 공정성이 담보되는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7월부터 '지배구조 best practice 마련을 위한 TF'를 운영하면서 금융회사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와 관련해 ▲CEO 자격요건 ▲후보군 관리 ▲후보군 검증방식 ▲승계절차 개시점 등에 대한 모범관행을 준비 중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사외이사를 임명하는 과정부터 공정하게 운영되는 것이 전제된 상태에서 CEO의 장기연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며 “제도적으로 공정하게 된 상황에서 능력있는 CEO의 장기간 연임은 용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