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시장 투명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기존 중고차 거래시장에서의 허위 매물, 성능점검 부실 등 제보가 쏟아졌다. 전기차 소비자들이 충전기 오류 등으로 불편을 겪는다는 등 불만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올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자동차 부문 민원건수는 총 2329건으로 지난해 2092건보다 11.3% 증가했다.
◆ 반도체 부품뿐 아니라 단순 부품도 수급 하세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부품 수급 지연 제보가 주를 이뤘다.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산차 브랜드뿐 아니라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포드, 혼다 등 수입차 브랜드까지 공통적으로 적게는 수십 일에서 많게는 수개월 수리가 지연됐다.
지난해에는 물류대란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때문에 부품 수급이 안 됐지만 올해는 내비게이션, 서스펜션, ABS, 엔진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부품뿐 아니라 배기가스 관련 밸브, 범퍼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단순한 부품조차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무상보증기간 내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최소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수리 기간이 늘어져도 대차 등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영업용 차량은 AS를 수개월간 받지 못하면 운행을 못하고 세워둬야 해 생계마저 위협을 받는다는 호소도 상당수였다.
소비자들은 자동차업체들이 신차 생산에 집중하느라 기존 차주들을 뒷전으로 미뤄놓는다고 항의하고 있다.
다만 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다 하더라도 제품 조달 문제와 협력사 인원 이탈 문제로 인해 바로 정상화되지 않고 있으며 이전처럼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전 위협하는 ‘결함’ 문제...한국형 레몬법 실효성 지적도
자동차 결함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소비자들은 딜러의 말만 믿고 출고했다가 한 달도 채 지나기 전에 하자를 발견해 ‘속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차량인도서에 사인을 한 후라 수리 외에는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특히 맥라렌·마세라티 등 고급 스포츠카·슈퍼카 브랜드에서도 신차 구매 후 품질 이슈가 발생해 소비자를 울렸다.
전기차 관련 CCU 결함 사례도 꾸준히 제기됐다. CCU는 배터리 충전 등 전력을 제어하는 부품으로 전기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아우디, 현대차‧기아, BMW 등에서 CCU 문제가 발생해 무상수리 및 리콜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자동차업체마다 보증기간이 천차만별이라 소비자들은 보증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별로 현대차·기아, KG모빌리티가 10년/16만km로 가장 길었고 한국GM의 쉐보레 볼트 EV·EUV는 CCU를 비롯한 전기차 부품과 차체에 5년/10만km 보증을 제공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BMW는 CCU 보증기간이 2년/무제한km로 가장 짧았고 벤츠·렉서스·폴스타·테슬라 등은 3~5년 수준이었다.
현행 한국형 레몬법 적용 대상은 차주에 인도된 후 1년/2만km 이내인 신차로 한정된다. 또한 인도일로부터 6개월 이후의 하자는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 중고차 시장 커졌지만...제조자 ‘진단 차량’도 못 믿어
현대자동차가 10월부터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하는 등 중고차 시장이 확대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존 시장의 허위 매물과 결함 차량 강매, 성능점검기록부 위조 등 고질적인 폐해가 바뀌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고차를 구매한 지 하루만에 엔진 경고등이 뜨거나 변속기 관련 부품이 고장나 200만 원 이상 수리비를 내야하는가 하면 구매 후 한 달도 안 돼 중고차 루프가 터지고 도색이 갈라져 카센터에서 수리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뒤늦게 차량 내부에 녹을 발견하거나 안전벨트에서 흙이 묻어나와 침수차량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엔카닷컴, 케이카, KB차차차 등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에서 자체 중고차 진단을 내리고 있지만 관능검사에 그치다 보니 제대로 문제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