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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밸류업 통합공시 실효성 의문?...항목 적고, 마이너스 수치는 '산출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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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밸류업 통합공시 실효성 의문?...항목 적고, 마이너스 수치는 '산출불가'
거래소 "대표적 지표 위주로 공시"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4.06.10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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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기업 밸류업 통합 홈페이지'가 개설됐지만 투자 정보가 5개 항목으로 제한돼 있고, 숫자 외에 시각적 자료는 제공되지 않아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수익률 등의 지표가 마이너스로 나타날 경우에는 수치를 제공하지 않고 '산출불가' 표시만 뜨게 돼 있어 정확한 정보 제공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공시 주체인 한국거래소 측은 가장 대표적인 투자지표를 위주로 선정해 공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KRX) 공시 사이트인 'KIND'에 기업 밸류업 통합 페이지가 개설됐다. 27일부터는 KB금융지주, 키움증권 등이 통합페이지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에서는 기업별 투자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에 상징된 종목의 투자지표를 검색할 수 있으며, 업종별로 각 종목의 투자지표를 다른 종목과 비교할 수도 있다.
 

▲주요 상장사의 기업가치 관련 지표를 공시하고 있다.
▲주요 상장사의 기업가치 관련 지표를 공시하고 있다.
▲기업가치 관련 특정 지표를 다른 기업들과 비교도 가능하다.
▲기업가치 관련 특정 지표를 다른 기업들과 비교도 가능하다.

제공하는 투자지표는 △PBR(주당 순자산가치) △PER(주가수익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등이다. 업종별 비교 시에는 시가총액과 자산총액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PBR과 PER, ROE는 연 4회 공표되며 배당성항과 배당이익률은 연 1회 공시된다.

각 종목의 투자지표는 당해년도 지표 이외에 과거 5개 사업연도별 추이도 살펴볼 수 있으며 평균 지표도 확인 가능하다. 다만 2019년~2023년에 상장된 기업들은 '자료없음'으로 표기된다.

그러나 기업 밸류업 공시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제공되는 투자지표만으로는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 게 좋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밸류업 통합공시를 살펴봤다는 한 투자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증권사 HTS나 MTS에 비해 보여주는 투자지표가 너무 적다"며 "통합페이지에 나온 정보만으로는 우량주를 찾기 힘들 것 같다"고 혹평했다.

 
▲증권사 MTS와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종목 정보에는 주식 가치 관련 지표 외에도 해당 회사의 주요 재무지표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금융, 하나증권)
▲증권사 MTS와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종목 정보에는 주식 가치 관련 지표 외에도 해당 회사의 주요 재무지표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금융, 하나증권)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활용하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종목정보 페이지에서는 기업가치 관련 지표뿐만 아니라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부채비율 등 해당 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목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연관이 깊은 수익성·자본효율성·주주환원 관련 지표를 선정했다"며 "모든 지표를 한꺼번에 공표할 수는 없으나 실제 기업 가치 평가에 많이 쓰이는 5가지 지표를 공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밸류업 공시에서는 기업가치 관련 일부 지표만 제공되기에 정확한 투자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서비스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KIND에서는 각 종목을 클릭해 주요 재무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나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는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에 공시되는 투자지표는 표로만 제시되며 차트나 그래프 등의 시각화된 자료로는 제공되지 않는다. 투자자가 그래프로 PER·PBR 등의 추이를 살펴보려면 엑셀 파일로 데이터를 다운로드받아 직접 그래프를 만들어야 한다.

주요 주식정보 서비스에서 PER·PBR 등과 관련된 밴드 차트를 제공해 투자자가 알기 쉽게 지표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과 대비된다.

이동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가 제공하는 정보가 큰 도움이 돼 보이지는 않는다"며 "현재 제공하는 지표 이외에 더 다양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 당해 순적자가 발생해 마이너스(음수)로 표기해야 할 지표는 '산출불가'로 공시돼 있다.
▲ 당해 순적자가 발생해 마이너스(음수)로 표기해야 할 지표는 '산출불가'로 공시돼 있다.

PER·ROE 등의 지표가 해당 사업년도 적자 등의 이유로 마이너스(음수)로 산출될 경우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에서는 이를 '산출불가'로 표기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종목 종합정보에서는 해당지표가 마이너스인 경우에도 산출값을 보여주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정보 왜곡 방지를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양수 지표와 지표를 합쳐 5개년 평균을 내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마이너스 지표는 '산출불가'로 표기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음수표기' 여부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참고로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과 통계 왜곡이라는 입장이 팽팽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적자 규모에 상관없이 PER 등의 지표가 무조건 음수로 표시된다"며 "적자가 난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음수 지표가 큰 의미를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론상으로는 음수로 산출돼 의미가 없는 지표는 표기하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음수 지표라도 이를 통해 실적이 얼마나 악화됐거나 개선됐는지 알아보기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증시 밸류업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하지만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정책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고 기업들도 가치 제고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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