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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私見여과없이 방송… 시청자 소외
‘제대로 맞는 음정으로 노래하길.’ ‘이제 조금 지겨워지려는 이 노래, 공주병때문에 질려버린 건가.’
인터넷 게시판 댓글 수준의 적나라한 표현들이 전파를 탄다.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음악 전문 방송에서다. 뮤직비디오를 배경으로 저 가수는 노래를 못하고 이 가수는 얼굴이 맘에 안 든다는 등 지극히 사적인 채찍질이 이어진다. 지금 Mnet, KM 등 음악 방송의 음악프로그램에서는 마치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그대로 옮겨놓은 ‘자막 품평회’가 한창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KM ‘DJ 풋사과 싸운드’. 만화 캐릭터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분장한 진행자가 음악을 소개하면 뮤직비디오와 함께 화면의 절반쯤을 차지하는 자막이 등장한다. 자막의 내용은 대부분 가수와 노래에 대한 거리낌없는 평가로 채워진다. ‘걍(그냥) 퍼온 댓글’이라는 자막과 함께 네티즌의 반응도 그대로 전파를 탄다.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문자메시지를 화면에 띄우는 방법은 이제 일반적이다. Mnet, KM, MTV 등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은 문자메시지로 뮤직비디오를 신청하고 의견을 보내는 ‘쌍방향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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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뒷담화’ 프로그램들은 일단 확실한 차별화에는 성공했다. 기존의 음악 프로그램들은 가창력이 떨어지는 가수에게도 칭찬으로 일관해 왔다. 때문에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이른바 ‘잘나가는’ 스타들에게까지 ‘예쁜 척은 그만하라’고 꾸짖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지금껏 없었다. 누구라도 한 번쯤을 해봤을 스타에 대한 솔직한 평가에 시청자들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속이 시원하다’며 공감을 표하기도 한다.
문제는 품평회가 지나치게 사적이라는 점이다. 가수와 음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살이 찌고 있다’는 등의 주관적인 견해가 자막으로 나가면서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 곱씹어본다’는 애초의 의도는 왜곡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 ‘가수들을 욕하고 있다’ ‘막말 방송’이라는 취지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눈치 보지 않고 개인 소신을 밝히면서 음악이 발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난 사견과 편견은 역효과를 낳는다”면서 “그렇다면 오히려 평범한 시청자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han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