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비대면 계좌개설때 안면인식을 도입했고, 나머지 증권사들도 대포통장을 통한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서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6일부터 비대면 계좌개설을 진행하는 알뜰폰 고객들을 대상으로 안면인식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 게좌개설 시에는 휴대폰 번호인증에 이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사진을 찍어 올리게 하고 이를 안면인식으로 식별된 얼굴과 비교해 다르게 판별될 경우 계좌개설이 불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알뜰폰 사업자가 늘고 비대면 통신 개통이 쉬워짐에 따라 알뜰폰이 피싱, 스미싱 등 금융사기에 쓰이는 경우가 늘어 이에 따른 금융사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본래 안면인식과 1원 계좌인증 중 하나의 방식을 선택해 실명확인 절차를 진행해 왔으나, 1원 계좌인증을 역이용하는 위험이 있어 안면인식을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알뜰폰 고객의 실명확인 절차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6월부터 본인실명 확인 강화를 위해 전 고객을 대상으로 비대면 계좌개설 시 얼굴인증 절차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MTS 'mPOP'이나 '모니모' 등에서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때 실물 신분증 촬영으로 인증하는 경우 본인 얼굴인증을 추가하게 됐다.
미래에셋증권도 2022년부터 알뜰폰 고객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에게 비대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 안면인식을 통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게 하고 있다.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비교해 실명확인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제3자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대포통장(차명계좌)이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일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미래에셋증권 측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통신3사와 알뜰폰을 가리지 않고 비대면 계좌개설로 대포통장을 만드는 케이스가 빈번하다"라며 "이에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비대면 계좌개설 절차에 안면인식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의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는 2021년 11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지정기간이 2025년 11월 11일까지로 연장됐다.
KB증권은 올해 2월까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지원했으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만료로 현재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KB증권은 서비스 추가 제공을 위해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지점 대신 모바일에서 거래하는 고객이 늘면서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비대면 계좌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과거 알뜰폰을 통한 본인인증을 제한했던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도 2024년 현재 알뜰폰 고객 역시 비대면 계좌개설을 가능케 하는 등 알뜰폰을 통한 비대면 계좌개설도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대포폰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금융사 계좌를 만들고 이를 보이스피싱에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타인 명의 알뜰폰을 개통한 뒤 금융거래용 인증서를 발급받아 명의자의 자산과 주식을 가로채는 금융사기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대포폰은 3만577대였다. 이 가운데 알뜰폰 사업자의 대포폰 적발 건수는 2만2923건으로 전체 적발건수의 75.0%에 해당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이외에 복수의 대형 증권사 역시 금융사기 예방 차원에서 알뜰폰 고객의 비대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 안면인식 인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비대면 계좌개설 시 안면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나, 안면인식을 통해 고객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추가하고자 검토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신분증 사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솔루션을 비대면 계좌개설에 적용한 가운데, 안면인식 기술도 도입해 명의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안면인식 기술의 오류로 인해 고객 인증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불편을 이유로 안면인식 도입에 회의적인 일부 증권사도 있다. 신분증 속 사진에 담긴 인물과 안면인식을 진행한 고객이 동일인물임에도 얼굴이 다르다는 오류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 고객 본인의 신분증 속 사진과 안면인식된 고객 얼굴의 차이가 커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라며 "이로 인한 고객의 불편함이 너무 커 비대면 계좌개설에서 안면인식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