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네이버라는 대형 플랫폼에서 가품을 구매했을 경우 환불 등 사후처리가 쉬울 것으로 기대하지만 판매자가 연락두절되거나 운영을 중단할 경우 환불 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소비자는 가품 문제를 지적했는데 네이버쇼핑 측이 아예 엉뚱한 주문내역을 조회해 안내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 북구에 사는 임 모(여)씨는 최근 네이버쇼핑을 통해 ‘에스트라 아토베리어 365 크림’을 구매했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해당 제품이 해외에서 수입돼 배송된다는 점과 외관이 기존에 사용하던 정품과 상이한 점을 이상하게 여겨 네이버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문제는 상담사가 제품의 상세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구매 제품과 전혀 관련 없는 ‘맥도날드 포차코 가방 햄버거 미니 가방’ 내역을 조회한 뒤 “배송 조회 시 정상 조회된다”는 답변만 내놓은 것.
임 씨는 “문제를 알았을 때 판매자가 이미 판매 정지된 상태여서 네이버에 직접 문의할 수밖에 없는데 상담사의 태도가 너무 무성의하다”며 “가품 의심 건을 제기해도 제대로 된 확인 없이 답변을 받으니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네이버쇼핑에서 가품을 구매했다는 불만은 임 씨 만의 일은 아니다.
19일 소비자고발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접수된 가품 관련 제보는 총 49건이다. 이 중 네이버쇼핑에서 가품을 구매했다는 불만이 9건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경쟁 오픈마켓인 쿠팡 G마켓 11번가, 패션플랫폼인 에이블리, 무신사 등이 각각 1건~5건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임 모(여)는 지난해 10월 네이버쇼핑에서 정품으로 표기된 에어팟 프로 2세대를 구매했지만 4개월 뒤 애플 매장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제품에 이상이 생겨 애플 매장을 방문한 임 씨는 “해당 에어팟이 이미 5번이나 서비스 이력을 가지고 있고 정품이 아닌 가품”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즉시 네이버쇼핑 고객센터에 문의한 임 씨는 “네이버쇼핑 측이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환불이 불가능하다’며 책임을 회피하더라”며 “가품 판매를 방치한 네이버쇼핑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포항에 사는 김 모(남)씨 역시 네이버쇼핑 해외 직구를 통해 보테가베네타 지갑을 68만9000원에 구매했다가 가품을 받은 일이 있다.
주문 후 약 한 달이 지난 올해 1월 22일 제품을 받고 개봉해 보니 중국산 가품이었다. 김 씨는 즉시 판매자에게 문의했으나 네이버톡과 유선 연락이 모두 두절된 상태였다.
김 씨는 “명품 직구라는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가품을 받았다”며 “판매자가 연락을 받지 않으니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난 17일부터는 가품 피해 예방 및 이용자 보호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위조상품 판매가 확정되거나 정품 여부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판매몰에 대해 정산대금 지급보류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했다.
이외에도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활용해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판매 중인 상품뿐만 아니라 이미 배송된 상품이라도 위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구매자에게 개별 연락해 상품을 수거·검증하며 위조로 확인될 경우 즉시 환불 조치를 진행한다.
또 지난해 ‘네이버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위원회를 통해 가품 피해 최소화, 국내외 협력 권리사 확대, 강력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의 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과 조치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쇼핑에서 가품 문제는 여전히 불거지고 있다. 가품 판매 자체도 문제지만 네이버쇼핑 측의 고객응대 등 사후처리도 무성의하다는 지적이다.
가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네이버도 손을 놓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네이버쇼핑 측은 가품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쇼핑 관계자는 “가품 관리 정책이나 모니터링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지만 외부 및 내부적으로 가품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며 탐지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이는 플랫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이 직접 가품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없으며 최종적인 정·가품 판별은 브랜드 본사에서 진행한다”며 “주요 모니터링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외부적인 감시 활동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