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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가품 공습①] 적발되는 온라인 가품 연간 20만 건, 소비자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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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가품 공습①] 적발되는 온라인 가품 연간 20만 건, 소비자는 속수무책
초저가 마케팅 알리·테무 등 해외발 짝퉁 공습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4.03.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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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518조 원에 달한다. 7년 뒤엔 2030년엔 813조 원으로 57%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펜데믹 보복 소비로 불붙은 명품 성장세는 MZ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키워가고 있다. 소비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구매처도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명품 시장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가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오픈마켓 등 업체들은 가품 보상제를 속속 마련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움직임은 미미하다. 가품 유통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경기 하남에 사는 안 모(여)씨는 지난 2월 오픈마켓에서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캔버스백을 160만 원에 샀다. 상품을 받아 보니 마감이 허접해 사설 명품감정소에 의뢰를 맡겼고 ‘가품’ 판정을 받았다. 판매자에게 문의하려 했으나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오픈마켓 측은 “사설업체의 감정소견서는 효력이 없다. 브랜드 본사에서 정식으로 소견서를 받는 게 아니라면 보상이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셀린느에서는 “정식 매장을 통해 구매한 제품만 감정이 가능하다”고 거절했다. 안 씨는 “대부분 명품 브랜드에서 오픈마켓 상품은 감정을 안 해준다.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책임하게 상품만 팔면 그만인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소비 시장이 급성장했고 명품에 대한 보복 소비가 맞물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가품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고가의 명품에서부터 가전기기, 화장품, 운동화까지 품목도 다양해졌다. 최근 들어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등 중국발 직구 플랫폼에서 가품이 버젓이 판매되며 가품 공습시대를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5%로 사상 처음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49.5%)을 앞섰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주류로 전환되면서 가품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각 플랫폼들은 선제적으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판매자 입점 기준을 높이는 등 내부 기준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상품과 수법에 대부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보상 조건이 까다로운 점도 소비자 피해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요인이다.

정부 차원에서 플랫폼들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대부분 오픈마켓 형식의 플랫폼은 전자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돼 가품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할 법적 책임이 없다. 일부 명품 플랫폼과 패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2021년부터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자상거래법, 상표법 관련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 온라인 플랫폼, 가품 적발 건수 증가세

2022년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병행수입으로 판매한 미국 명품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가 동종 업계 플랫폼 네이버 크림의 내부 검수 결과 ‘가품’ 판정을 받았다. 앞서 무신사의 자회사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판매한 고가의 운동화도 네이버 크림 검수 결과 가품으로 판정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이들은 ▲자체적으로 위조품 보상제 마련 ▲판매자 입점 기준 상향 ▲AI 활용 가품 검수 등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매년 오픈마켓별로 가품 적발건수가 늘고 위조 상품에 대한 품목도 더욱 다양해지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특허청 및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온라인 오픈마켓 위조상품 유통 적발이 49만128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도 상승세다.  2021년 17만1606건에서 2022년 18만1131건으로 증가했다. 다음해 8월까지 가품 적발건수 13만8548건을 기록했다. 한 달에 1만7318건씩 적발된 셈으로 1년치로 추산하면 약 21만 건에 달한다.  

모든 가품이 적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유통건수는 이보다 수십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한 명품 브랜드 가방부터 의류, 전자기기 등 상품을 사설기관에 맡기거나 본사에 AS를 요청하던 중 가품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판매자 연락두절로 문의를 할 수 없어 플랫폼 측에 도움을 요청해도 판매자 핑계로 책임을 미룬다거나 반품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보상을 회피하고 있는 사례도 상당수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윤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한 플랫폼에서 에어팟을 25만 원에 구매했다. 사용 후 며칠 뒤 한 쪽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AS를 위해 애플서비스센터에 방문했는데 ‘가품’ 판정을 받았다. 

윤 씨는 플랫폼에서 ‘위조품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어 이를 믿고 신고를 했다. 며칠 뒤 정품 여부 감정을 하겠다며 상품을 수거해갔지만 3월말인 현재까지 연락이 없어 상품도, 환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윤 씨는 “위조품 검열도 없이 물건을 판매해서 매출만 올리고, 위조품에 대해 문의하면 나몰라라하는 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11번가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2020년 또 다른 플랫폼에서 구찌백을 120만 원에 구매했다. 2023년 3월에 이 가방을 중고로 판매하기 위해 진품 의뢰 요청 뒤 가품 판정을 받았던 일도 있었다.

최 씨는 플랫폼 측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반품기간이 지났다”는 답변과 함께 거절됐다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그는 “가품을 판매한 판매처에서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플랫폼을 믿고 구매했는데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 해외발 짝퉁 공습...초저가 마케팅 알리·테무 등장

중국발 플랫폼 알리와 테무가 국내에서 이용자를 눈덩이처럼 늘려 가면서 중국산 가품도 공습에 가세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발에서 들어온 물품 건수는 8881만5000건으로 전년 대비 70.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전자상거래 통관 건수는 1억3144만3000건으로 36.7% 늘어난 것과 비교해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해 적발된 중국산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특송목록 기준)은 6만5000건으로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전체(6만8000건) 가품 중 9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가품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세관에 적발돼  상품을 받을 수 없는데 판매자나 플랫폼 측에서 환불이나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를 돌아오고 있다.  세관에 상품이 가품으로 적발돼 배송 보류가 됐다는 사실에 대해서 소비자가 일일이 플랫폼과 판매자 측에 소명해야 한다는 불편함은 덤이다. 

부산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알리에서 14만 원의 가방을 구매했다. 며칠 뒤 관세청에서 “상품이 가품으로 판정돼 관세법에 따라 통관 보류됐다. 두 달 후에는 폐기될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박 씨는 판매자에게 환불을 문의해봤지만 “기다려 달라. 며칠 내로 배송하겠다”라는 말뿐이었고, 알리 고객센터 측도 “판매자가 상품을 보냈다며 환불을 거절하고 있다”는 말뿐이었다고. 박 씨는 “이 경우 알리 측에서 적극 중개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환불도, 배송도 모두 안 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분노했다. 

알리는 지난해 12월 100억 원을 들여 가품 판매자를 퇴출시키겠다며 '가품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되레 가품을 판매하는 수법이 더 정교해지고 있어 근절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알리는 가품 근절을 선언했지만 판매자들은 여전히 교묘한 수법으로 가품을 판매한다
▲ 알리는 가품 근절을 선언했지만 판매자들은 여전히 교묘한 수법으로 가품을 판매한다
300만 원대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지갑이 알리에서는 현재 3만 원에 팔린다. 20~30만 원대인 나이키 조던 패딩이 알리 내에서 1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정부도 알리와 같은 해외 플랫폼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해외 플랫폼들과 자율 협약을 통해 소비자 위해 품목을 막고 국내 법인이 없는 해외 플랫폼은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부의 대책에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 해결법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플랫폼의 경우 법 위반 소지가 있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가 불가능해 제재 및 조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신동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오픈마켓 시스템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모든 상품을 필터링하긴 어렵다. 문제는 가품을 판매하는 판매자한테서 나오고 있다. 플랫폼은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시 스스로 정품을 보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이다. 알리 등 같은 해외 플랫폼은 국내 사업자에 준하는 정도의 책임과 의무를 부담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대형 플랫폼을 믿고 구매하는 경향이 큰데 그 내부에서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어 고스란히 피해는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플랫폼들은 책임감을 갖고 가품 판매자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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