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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AI워싱 ⑪] 나한테만 비싼 가격 왜?...AI가 조종하는 고무줄 가격, '다이나믹 프라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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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AI워싱 ⑪] 나한테만 비싼 가격 왜?...AI가 조종하는 고무줄 가격, '다이나믹 프라이싱'
해외서는 심각한 소비자 권익 침해로 규정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6.03.1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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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마케팅과 민원 처리, 상품설계, 내부통제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히 AI 광풍이라 부를 정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온라인 플랫폼에서 AI 기반의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초개인화 가격 전략’이 성행하면서 동일한 제품을 검색하는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가격이 제시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AI가 고객의 ▲구매 이력 ▲검색 패턴 ▲거주 지역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80만 원 안팎 가격대의 동일한 여행 상품인데 10만 원 넘게 가격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인보다 비싸게 구매한 것을 뒤늦게 알게된 소비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주요 이커머스 및 숙박 플랫폼을 대상으로 ‘접속 기기’에 따른 실시간 가격을 조사한 결과 동일 상품임에도 결제 예상 금액이 최대 1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날짜의 콘래드 서울 객실을 조회한 결과 한 기기(왼쪽)에서는 별도 할인 없이 87만 원에 노출된 반면 다른 기기(오른쪽)에서는 자동 할인이 적용돼 74만8170원으로 표시되고 있다.
▲동일한 날짜의 콘래드 서울 객실을 조회한 결과 한 기기(왼쪽)에서는 별도 할인 없이 87만 원에 노출된 반면 다른 기기(오른쪽)에서는 자동 할인이 적용돼 74만8170원으로 표시되고 있다.

특히 숙박 플랫폼 아고다의 가격 격차가 두드러졌다.

콘래드 서울의 경우 동일 조건 하에 A스마트폰으로 접속했을 시 별도 할인 없이 87만 원의 가격이 안내됐다. 하지만 B스마트폰으로 접속한 경우에는 74만8170원의 요금이 안내됐다.

동일 상품을 검색한 소비자에 따라 10만 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글래드 여의도 역시 A스마트폰에서는 13% 할인이 적용된 28만1348원이었지만 B스마트폰에서는 17% 할인이 붙으며 27만3130원으로 안내됐다.

동일한 장소와 시간대임에도 소비자마다 각기 다른 할인 알고리즘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글래드 여의도 호텔 예약 화면에서 기기별로 최종 결제 금액이 각각 28만1348원과 27만3130원으로 기기에 따라 가격 격차가 발생했다.
▲글래드 여의도 호텔 예약 화면에서 기기별로 최종 결제 금액이 각각 28만1348원과 27만3130원으로 기기에 따라 가격 격차가 발생했다.

생필품 분야도 마찬가지다. 11번가에서 판매 중인 유명 브랜드 화장지는 A스마트폰에서 1% 할인이 적용된 15만4230원이었으나 다른 기기에서는 4% 할인이 붙은 14만9690원으로 노출됐다.
 
 ▲11번가에서 판매 중인 동일 브랜드의 화장지 제품이 한 기기에서는 15만4230원인 반면 다른 접속 환경에서는 14만9690원에 판매되고 있다.
 ▲11번가에서 판매 중인 동일 브랜드의 화장지 제품이 한 기기에서는 15만4230원인 반면 다른 접속 환경에서는 14만9690원에 판매되고 있다.

쿠팡 역시 한 기기에서 1만5900원에 노출되던 제품이 '와우 가입 쿠폰' 등 개인화된 혜택이 연동되는 기기로 접속하자 1만5510원으로 약 3% 더 낮은 가격이 제시됐다. 
 
▲쿠팡의 특정 화장지 제품이 일반 접속 시(왼쪽)에는 1만 5,900원으로 노출되지만, '와우 가입 쿠폰' 등 개인 맞춤형 혜택이 적용된 화면(오른쪽)에서는 1만 5,510원으로 가격이 낮아진 모습이다.
▲쿠팡의 특정 화장지 제품이 접속 기기에 따라 15900원과 15510원으로 가격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은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다이나믹 프라이싱’과 ‘초개인화 가격’ 전략에서 비롯된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실시간 수요와 공급, 재고 현황, 경쟁사 가격, 고객의 구매 가능성, 날씨, 지역 물류센터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초개인화 가격’은 고객의 구매 이력, 검색·클릭 패턴, 앱 체류 시간, 장바구니 상태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가격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항공권, 호텔 등에서 익숙했던 이러한 가격 전략이 쿠팡, G마켓, 옥션, 11번가, 컬리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생필품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상품 판매 구조상 이같은 가격 정책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아이템 위너’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 배송, 고객 응대, 리뷰 등을 종합 평가해 동일 상품 중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한다. 판매자가 자동 가격 조정 기능을 설정하면 경쟁 상황에 맞춰 가격이 실시간으로 바뀌기도 한다.

오픈마켓 구조를 가진 11번가도 유사한 구조다. 플랫폼 내 가격뿐 아니라 외부 온라인몰 가격까지 비교해 판매자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 자동으로 최저가를 맞추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동일 상품을 판매하는 A사와 B사가 있고 A사가 가격 범위를 8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로 설정했다면 B사가 90만 원에 판매할 경우 A사의 판매 가격은 자동으로 89만 원으로 조정된다. 이후 B사가 가격을 85만 원으로 내리면 A사의 가격도 84만 원으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G마켓과 옥션 역시 가격 경쟁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동일 상품의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면 여러 판매자 가운데 최저가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일부 입점 업체나 셀러에는 동의 후 쿠폰이나 프로모션이 제공되기도 한다.

컬리의 경우 신선식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다른 요인이 가격 차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물류센터별 재고 상황이나 소비기한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지역 물류센터에서 상품 소진이 급한 경우 할인율이 높아질 수 있고 반대로 재고 여유가 있는 곳에서는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이 고객의 구매 가능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형평성이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상품을 여러 번 검색하거나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등 구매 의사가 뚜렷한 충성 고객에게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반대로 이탈 가능성이 큰 고객에게만 할인 혜택을 집중하는 역차별 구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업계 “마케팅 전략”...해외서는 심각한 소비자 권익 침해로 규정

플랫폼 업체들은 이러한 가격 차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지역 물류센터에 재고가 과다하거나 소비기한이 임박한 품목의 경우 이를 방치해 폐기하기보다는 파격적인 할인가로 공급하는 것이 기업의 손실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득이 되는 구조”라며 “결국 지역별 물류 컨디션이나 개별 쿠폰 적용 여부에 따라 최종 결제 금액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결과 구매 의사가 매우 뚜렷한 것으로 분류된 고객군에게는 상대적으로 정가에 가까운 가격이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개인별 맞춤형 프로모션은 특정 타깃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고도화된 마케팅 기법이며 할인율이나 쿠폰 지급 대상을 차등화하는 것은 이미 유통업계 전반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를 심각한 소비자 권익 침해로 보고 규제에 나서고 있다.

2000년 아마존의 가격 차별 사태 이후 최근 미국 인스타카트도 소비자별 최대 20% 가격 차이를 둔 실험으로 뭇매를 맞고 이를 중단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4년부터 위치 정보와 검색 기록 등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한 ‘감시 가격’ 조사를 진행 중이며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가격 설정 기준 공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격 전략이 시장 논리 안에서 움직이는 만큼 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제고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별 고객에게 가격을 차등 제시하는 행위 자체가 현행법상 즉각적인 위법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동일 상품에 대한 가격 격차는 소비자에게 심리적 불평등과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기업은 가격 책정의 논거와 변동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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