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사는 박 모(여)씨는 자라 매장에서 상하의로 옷 한 벌을 구입한 이후 길이가 길어 교환하러 갔다가 영수증이 없어 거절당했다. 구매 당일 영수증을 받지 않았으나 굳이 교환이나 반품할 생각이 없어 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 매장 측에서는 "영수증이 없어 안 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박 씨는 "종이 영수증이 없어 교환을 받지 못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글로벌 의류·잡화 브랜드들이 AS나 반품, 교환 시 영수증 등 구매 증빙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면서도 판매현장에서는 명확히 안내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키우고 있다.
위조품 등이 성행하며 국내서 구입한 게 맞는지, 정품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볼 수 있지만 영수증을 폐기하거나 선물받아 증빙할 수 없는 경우 AS가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특히 대부분 브랜드가 AS 접수 시 영수증 등 구매 증빙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판매할 때 명확히 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15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자라, 크록스, 무인양품, H&M, COS 등 글로벌 의류·잡화 5개 브랜드 각 온라인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AS 시 영수증 증빙 자료가 필요하다는 안내는 단 한 곳도 하지 않았다.
크록스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는 “크록스 코리아를 통한 구입 이력이 있는 제품은 구입처를 통해 AS를 받을 수 있다”, “구입 이력이 없는 제품은 수선이 불가하다”는 안내만 있을 뿐 수선 접수 시 영수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나 대체 가능한 증빙 자료에 대한 안내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보니 커뮤니티에서도 “크록스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구분 없이 영수증이 있어야만 수선이 가능하다더라”며 “사설 수선업체를 이용했다”는 글이 적지 않다.

크록스 뿐만 아니라 자라, 무인양품, H&M, COS 등 브랜드도 AS 접수 시 중요한 증빙 자료에 관한 안내가 충분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매장 구매 시에도 필수적으로 고지하지 않아 결국 소비자들은 고객센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이마저도 브랜드별 응대 품질에서 차이를 보였다.

크록스의 경우 상담원이 연결되지 않고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구입처로 접수하라”는 안내 음성만 반복된다. 온라인몰, 오프라인 스토어, 백화점 등 구매처 선택지를 달리해도 동일한 멘트가 이어질 뿐 실제 상담을 통한 구체적인 절차 안내나 예외 상황에 대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답변은 이메일 상담으로만 받을 수 있었다. 고객센터가 보내온 이메일에 따르면 크록스는 결제 내역 증빙 후 구매처에 접수해야 AS가 가능하다.
크록스 관계자는 “증빙은 온라인 구입 건의 경우 고객 정보 및 주문번호를 통해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있고 오프라인은 영수증 등의 구매 증빙 내역을 고객이 지참해 매장에 방문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자라, 무인양품은 영수증 증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M과 COS는 AS 및 브랜드 정책상 수선 자체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라 고객센터는 AS 증빙 자료로 전자 영수증 혹은 종이 영수증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부자재 누락 등의 이유로 AS는 불가하지만 바지 기장 수선과 같은 단순한 AS는 매장 방문 시 유상으로 가능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