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15일 오전 방화 피의자 채모(70)씨는 이날 오전 8시37분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과 함께 서울 중구 남대문4가 숭례문에 도착했다.
출근시간대에 기습적으로 현장검증이 시작된 탓인지 구경나온 시민들은 30명도 채 안됐으나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감정을 고려해 전ㆍ의경 100여명을 곳곳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회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씨는 경찰의 인도로 숭례문 현장에 들어서면서 "사건 현장에 돌아온 기분이 어떠냐", "그날 기억이 다 나느냐"는 등의 사건 관련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채씨는 그러나 억울한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전날 영장실질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토지보상 문제 등을 원하는 대로 해결해주지 않은 정부 당국을 성토했다.
숭례문 경내로 들어선 채씨는 "기분이 안 좋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 나 하나 때문에 없어져버렸으니"라면서도 "그래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문화재는 복원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채씨는 숭례문 위에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임금이 국민을 버리는데... 약자를 배려하는 게 대통령 아니냐. 진정을 3번이나 해도 안 됐다"라며 끝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채씨는 흙으로 된 숭례문 서쪽 비탈길을 통해 위로 올라갔고 범행 장소인 누각 2층 대신 1층 공터에서 경찰이 준비해온 모형 시너병 3개 중 1개로 침착하게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시늉을 10여분만에 마쳤다.
재연을 마친 채씨는 "문화재를 훼손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말한 뒤 경찰 차량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