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3월 설계사를 통해 A생명보험사 종신보험 2종에 가입해 매달 80만 원씩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가입 당시 보험 설계사는 이 씨에게 해당 상품이 적금성 보험이며 일정 기간 유지 시 원금 회복이 가능하고 중도인출 및 보험계약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 종신보험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고 이 씨는 주장했다. 그러나 1년 뒤 보험계약대출을 받기 위해 상품을 알아보다가 종신보험이라는 걸 알게 됐다. A생명보험사 측은 해당 민원이 금융감독원 민원으로 처리 중인 건이라고 답했다.
#. 부산시 남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3월 설계사가 보험 리모델링을 해준다는 광고 전화를 받고 B생명보험사 종신보험 상품에 가입해 매달 50만 원씩 납부하고 있다. 가입 당시 보험 설계사는 김 씨에게 해당 상품은 7년만 납부하면 3년 동안 돈을 불릴 수 있는 저축성보험이라고 소개했고 김 씨는 종신보험이라는 걸 알지 못한 채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친동생에게도 해당 상품을 소개해주려고 알아보던 차에 종신보험이라는 걸 알게 됐다. B생명보험사 측은 개인정보 문제라며 답하지 않았다.
보험설계사들이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포장해 가입을 유도하는 불완전판매 문제가 끊이질 않으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수년째 멈추지 않는 보험업계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보험사들은 원수보험사로서 GA(법인보험대리점) 등 판매채널에서 발생하는 설계사의 개인 영업행위까지 통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또한 판매채널과 원수보험사의 관리 책임 기준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설계사를 통해 저축성보험을 권유받았지만 가입하고 보니 종신보험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 동양생명, KB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메트라이프, 흥국생명 등 대부분의 생명보험사에서 반복되고 있다. 특히 GA 등 판매채널에서 민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반면 저축성보험은 납입 보험료를 적립해 만기나 중도에 환급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연금보험처럼 목돈 마련이나 노후 자금을 목적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종신보험 납입 보험료는 사망보험금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월 30만~50만 원대로 책정되며 총 납입 보험료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납입한 보험료의 상당 부분이 사업비와 사망 보장 비용으로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같은 금액을 저축성보험에 넣었다면 대부분 적립금으로 쌓이지만 종신보험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중도 해지 시 납입 보험료보다 환급금이 훨씬 적거나 아예 없는 것이다.
이처럼 두 상품은 목적과 구조가 전혀 다르지만 설계사들은 종신보험을 마치 저축·재테크 상품처럼 설명해 계약을 유도한다.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보다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판매수수료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납입 보험료 규모 자체가 크다 보니 같은 한 건의 계약이라도 수수료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 불완전판매 민원 중 종신보험 관련 민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종신보험 불완전판매가 오래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수년째 소비자 경보를 내릴 만큼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재 생명보험사 상품은 대부분 GA 등 판매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보험업법상 원수보험사는 GA를 통한 보험 모집에 대해서도 일정한 관리·감독 책임을 부담한다. 또한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이므로 계약 취소나 보험료 환급 등 계약상 처리는 원칙적으로 보험회사가 담당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책임 경계가 흐릿하다.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독립 판매 조직이라 원수보험사가 개별 설계사의 영업 행위를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은 내부 관리 체계 강화를 통해 불완전판매를 줄여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영업시장에서 발생하는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등을 막기 위해선 영업채널 윤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한 모집인 교육과 판매과정에 대한 관리와 점검을 지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나치게 다양한 판매채널과 원수보험사의 관리 책임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 종신보험 불완전판매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혜진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설명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은 굉장히 오래된 이슈고 판매 책임은 원수보험사가 지속 관리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완전판매는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는 보험사 판매채널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관리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원수보험사들의 책임소재 여부나 관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책임소재를 어느 선까지 질 것이며 원수보험사는 어디까지 관리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