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리인하요구권 절차 개선과는 별개로 은행권의 심사 기준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어 AI금리인하요구권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용률 개선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소비자가 신용등급이 올랐을 때 은행에 대출이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리인하요구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고 소비자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해 금리인하요구 자동 신청에 동의하면 AI가 소득 상승 같은 조건을 분석해 대신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서비스 도입은 금융회사나 소비자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은행 입장에선 차주의 신용 상태를 확인해 금리인하에 나서며 대출 부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당장 수익은 감소할 수 있어도 1인당 1개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잠재 고객 락인(Lock-In)효과도 누릴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직원이 수동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심사해야 했지만 마이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서 자동화 과정이 대폭 강화하고 인력 운용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대상인지 모르거나 바빠서 신청을 못 하는 경우 AI가 소득과 신용 점수를 실시간 확인해 대리 접수해주니 편의성이 대폭 높아진다.
이번 금리인하요구권의 타깃은 은행권이다. 실제 고객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6대 은행 중에서 하나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이 지난달 26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6대 은행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평균 31%에 그친다. 농협은행이 42.9%로 가장 높았지만 국민은행 26.2%, 우리은행 17.7% 등 대형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3명 중의 1명도 수용되지 않을 정도다.
금리인하요구권이 2019년 법제화됐지만 까다로운 증빙 절차와 심사 등으로 인해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다.
다만 AI로 금리인하요구권 행사가 개선된 것만으로 효과가 바로 개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신청은 간편해졌지만 여전히 심사 문턱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사 기준이 기존과 다르지 않다면 신청 건수만 많아지고 오히려 수용률은 더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주요 은행들은 기존 신용평가모형 기준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대신 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하가 거절되면 사유를 분석해 안내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해 수용률 역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 중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가 가장 많은 카카오뱅크의 경우 수용률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35% 정도다. 6대 은행 평균치인 31%보다 높은 편이지만 신청하더라도 거절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의미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청 건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겠지만 AI가 신용도 개선 요인을 분석하면 그만큼 본인의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용률도 차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신청만 해주는 것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모형이나 조건에서 완화될 필요는 있다”면서 “신용을 제대로 분석해 다음에 더 노력해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면 폭을 넓혀서 효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조치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