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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칼럼] 자동차보험 ‘합리적 보상 체계', 소비자 권익 보호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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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칼럼] 자동차보험 ‘합리적 보상 체계', 소비자 권익 보호의 출발점이다
  • 고광용 컨슈머워치 정책자문위원 csnews@csnews.co.kr
  • 승인 2026.03.24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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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광용 컨슈머워치 정책자문위원
▲ 고광용 컨슈머워치 정책자문위원
자동차보험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부터 소비자의 일상을 지켜주는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이 제도의 핵심 가치는 사고 피해자가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받고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어 일부 영역에서 과잉 진료나 과도한 보상이 반복된다면 그 비용은 결국 보험료 인상이라는 형태로 2600만 명 자동차보험 가입자 전체에게 돌아온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향후치료비 제도화와 경상환자 장기치료 관리 강화(8주 기준 및 중립 심사)는 단순히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 차원을 넘어 다수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자동차보험 보상 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소비자 보호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불투명한 ‘관행’을 투명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에서 ‘향후치료비’는 명확한 지급 기준 없이 보험사와 사고 당사자 간 합의 과정에서 활용돼 왔다. 2023년 기준 향후치료비 규모가 실제 발생 치료비(1조3000억 원)를 넘어 1조4000억 원에 달했다는 점은 이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사실상 합의금 확대 수단으로 작동해 왔음을 보여준다. 기준이 불명확한 관행은 분쟁과 민원을 낳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지급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제도화하는 것은 소비자가 예측 가능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둘째, 치료의 ‘필요성’과 ‘입증 책임’의 형평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최근 9년간 경상환자 수는 5% 증가에 그쳤지만 지급 보험금은 88.9% 증가했다. 특히 경상환자의 한방 진료비 비중은 2015년 23%에서 2024년 59.2%까지 확대됐다. 이는 일부 영역에서 과잉 진료 유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필요한 치료는 충분히 보장돼야 하지만 의학적 필요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장기 치료 비용까지 전체 가입자가 부담하는 구조는 소비자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치료가 장기화되는 경우 그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셋째, ‘8주 기준’은 치료 제한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일각에서는 8주 기준이 치료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실제로는 경상환자의 약 92%가 8주 이내에 치료를 마친다는 통계적 현실을 반영한 기준이다. 8주 이후에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진료기록부 등 객관적인 의료 자료를 통해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으며 판단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면 전문의 중심의 중립적 심사기구가 검토하게 된다. 이는 보험사의 일방적 판단을 견제하면서도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치료 지속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절차적 권익을 오히려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넷째, 기준 없는 제도는 도덕적 해이와 비용 전가를 초래할 수 있다. 향후치료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와 보상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그 비용은 결국 자동차보험 가입자 전체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러한 구조에서는 부담은 다수의 무사고 보험 소비자에게 넓게 확산되는 반면, 그 혜택은 일부 의료기관이나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윌슨(James Q. Wilson)의 규제정치 이론 상 비용·편익 구조 틀로 보면, 기존 구조는 비용이 다수(무사고 자동차보험 소비자)에게 분산되고 혜택은 소수(한방병원 등 이해관계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결국 선량한 다수의 무사고 보험가입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불공정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섯째, 보상은 ‘필요한 곳에 더 두텁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경상환자 영역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누수를 줄이고 실제 보호가 절실한 중상환자(1~11급)에게 향후치료비 지급 근거를 보다 명확히 마련하는 데 있다. 한정된 보험 재원을 보다 합리적으로 배분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예상하는 약 3% 수준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효과 역시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해외에서도 경미한 사고에 대한 보상 기준을 의학적 근거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독일과 스페인 등 주요 국가들은 경미 사고에 대한 치료 기간과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이미 제도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무조건 보상하는 제도”가 아니라 “의학적 필요에 따라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자동차보험 보상 체계의 합리화는 특정 이해관계자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다수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제도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자동차보험이 지속 가능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준과 공정한 절차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이번 제도 개선이 지체 없이 추진되어 대다수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고광용 컨슈머워치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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