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회사는 그룹 내 반도체 생산시설 공사를 수행하며 팹 신축과 리트로핏, 클린룸, 초순수·폐수처리 등 하이테크 시공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은 팹 구조와 미세진동 제어에 강점을 보인다. 삼성E&A는 반도체 생산시설과 공정 지원설비를 아우르는 설계·조달·시공 역량을 갖췄다. SK에코플랜트는 팹과 기반시설에 산업가스·소재 사업을 결합하고 있다.

서남권에 들어설 신규 팹의 구체적인 부지와 착공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발주 방식과 시공사 선정 계획도 공개되지 않았다.
29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에 총 80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팹을 각각 2기씩 구축한다. 서남권에는 모두 4기의 신규 팹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일반 건축물과 다른 시공 역량이 요구된다. 생산장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동을 통제해야 한다. 온도와 습도, 기류를 정밀하게 관리하는 클린룸도 필요하다. 전력과 용수, 가스, 냉각 등 생산 유틸리티가 안정적으로 가동돼야 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와 미국 테일러 공장 등에서 하이테크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보고서에는 평택 P4·P5 신축공사와 미국 테일러 팹 공사 등이 주요 프로젝트로 반영돼 있다.
신규 팹을 짓는 공사뿐 아니라 기존 생산시설을 개조하는 리트로핏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평택과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 등에서 팹 리트로핏 사업을 진행했다.
삼성물산의 강점은 반도체 생산장비에 영향을 주는 미세진동을 줄이는 기술이다. 삼성물산은 18명으로 구성된 반도체인프라연구소를 두고 차세대 팹 구조와 유틸리티 최적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는 팹 구조체 미세진동 제어와 진동 저감 콘크리트가 포함돼 있다. 대형 반도체 장비가 설치되는 기초의 진동을 줄이는 기술과 팹 내부 유틸리티를 최적화하는 시뮬레이션 기술도 확보했다.
공사기간 단축과 안전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모듈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가동 중인 생산시설의 구조물을 개조할 때 사용하는 전용 절삭장비와 액세스플로어 보 설치를 돕는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배관 지지 구조물인 파이프랙을 가볍게 제작하는 모듈 공법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E&A도 반도체 생산시설을 주요 첨단산업 사업으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P3·P4·P5를 비롯해 기흥 NRD-K와 천안 C라인, 미국 테일러, 중국 시안 등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삼성E&A의 첨단산업 부문 매출은 올해 1분기 5742억 원이다. 전체 매출의 25.3%를 차지한다. 첨단산업 부문에는 반도체 외에도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전자부품, 바이오 사업 등이 포함된다.
삼성E&A는 반도체 생산시설과 클린룸뿐 아니라 팹 가동에 필요한 초순수와 폐수처리, 대기오염 방지시설 등을 설계·조달·시공한다.
반도체 생산에는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가 대량으로 사용된다.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배기가스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삼성E&A는 평택 P2에서 정수장과 초순수 제조시설, 폐수처리·재이용시설,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구축했다.
짧은 기간 안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공정관리 능력도 갖췄다. 중국 시안 X2 프로젝트에서는 콘크리트 벽체를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을 적용했다. 냉각탑과 배관, 전기·소방설비에도 사전 제작과 모듈화를 확대했다.
현장 작업을 줄이고 공종 간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반도체 업황과 제품 생산계획에 따라 공장 가동 시점이 달라지는 만큼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수행 역량이 중요하다.
삼성E&A는 초순수와 폐수 재이용 기술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초순수용 이온교환수지와 불산 폐수 재이용, 산·알칼리 폐수 재이용 기술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글로벌 물 기술의 해외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초순수·물 재이용 기술과 삼성E&A의 글로벌 플랜트 수행 경험을 결합하는 내용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하이닉스의 이천 M14·M16과 청주 M15 등 대형 반도체 팹을 구축했다.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팹과 지원시설을 시공하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과 용수공급시설 등 기반시설도 수행 중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각 층에 클린룸을 배치하는 3복층 고층 멀티팹이 들어선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 이천과 청주에서 2복층 이상 팹을 시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3복층 팹을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팹은 공사 도중에도 생산제품과 장비계획에 따라 설계가 바뀔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설계와 시공 역량을 함께 보유한 만큼 설계 단계에서 시공성을 미리 검토하고 변경 사항을 공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용인 클러스터에서는 폐수처리시설도 구축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팹 1기와 연계된 폐수처리시설의 하루 처리용량은 약 34만5000톤이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한 물의 재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순차적 순환공정 역삼투막 기술도 개발했다. 회사 측은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물 회수율을 최대 97%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SK에코플랜트는 팹 시공에 산업가스와 반도체 소재 사업도 결합하고 있다. 자회사 SK에어플러스를 통해 질소와 산소, 아르곤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산업가스를 공급한다.
SK트리켐과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은 전구체와 식각가스,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를 담당한다. 에센코어와 SK테스는 메모리 모듈과 저장장치, 전자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수행한다.
SK에코플랜트는 팹 건설을 넘어 산업가스와 소재 공급, 사용 후 장비와 자원의 재활용까지 반도체 밸류체인을 넓히고 있다.
이외에 현대건설은 과거 미국 오리건주와 중국 상하이에서 현대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공했다. GS건설 손자회사 자이C&A도 반도체 생산시설과 클린룸 등 첨단산업시설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