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소비자분쟁 The50 ㉕] 학습지의 이중 행태...공식적으로 '당장 해지', 현장선 '유예기간' 딴소리
상태바
[소비자분쟁 The50 ㉕] 학습지의 이중 행태...공식적으로 '당장 해지', 현장선 '유예기간' 딴소리
본사 약관과 현장 운영 방식 달라 혼란
  • 정은영 기자 jey@csnews.co.kr
  • 승인 2026.06.26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례1 부산에 사는 이 모(여)씨는 6월을 끝으로 교원구몬 학습지를 해지하고자 본사에 문의했다. 본사 측은 8월까지 약정이라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설명했고 이 씨도 동의했다. 다만 해지 신청은 지국을 통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지국에 연락하자 돌아온 답변은 달랐다. 지국 측은 7월까지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 씨는 "아직 7월 수업료도 나가지 않은 상황인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례2 대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5월 말 웅진씽크빅을 해지하기 위해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지국에서만 해지가 가능하다"고 안내해 지국에 문의하니 "2개월 뒤 해지할 수 있다"는 답을 듣고 기막혔다. 이 씨는 "계약 당시 담당 교사에게 해지 시기 관련 어떠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며 "지금 당장 해지 하고 싶은데 두 달이나 걸린다니 말도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사례3 전북에 사는 김 모(여)씨는 4월 말 재능교육 담당 교사에게 학습지 해지 의사를 밝히자 "다음 달 수업료는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김 씨는 "한두 푼도 아니고 3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수업을 듣지 않아도 내야 한단 말인가"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재능교육 측은 "학부모가 자녀의 5월 학교 일정 건으로 해지를 요청했었다"며 "한 달 동안 중지가 가능하다고 안내한 후 중지했고 현재 다시 정상적으로 학습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례4 경기도 하남에 사는 우 모(여)씨는 7월 수업료 결제일(23일) 하루 전인 6월22일 한솔교육 담당 교사에게 해지 의사를 밝혔다. 교사는 "내일이 결제일이라 자동 납부 취소가 어렵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미리 고지를 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우 씨는 "7월 수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라서 결제일 전에만 이야기하면 바로 해지되는 줄 알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학습지는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는 표준약관이 무색하게 현장에선 일방적으로 해지 시점을 강제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교 △교원 구몬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한솔교육 등 주요 학습지 업체는 '언제든지 해지 가능'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해지할 수 있는 기간을 따로 두고 이 시점을 넘어서면 계약이 한두 달 자동 연장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계약 체결 시 이러한 내용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아 소비자가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쟁을 키우는 요인이다.

26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월 단위 계약으로 학습지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해지 신청일을 둘러싼 업체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해지 신청은 해당 지국을 통해서만 가능하거나 ▲특정 기간에만 해지 신청을 받고 이 기간이 지나면 한두 달 계약을 연장 ▲당월에 해지 신청해도 다음 달 수업까지 마쳐야 하는 사례가 주된 분쟁 유형이다. 

교원구몬,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한솔교육 등 주요 학습지 업체 대부분 이같은 문제로 소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개별적이고 일회적인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교재 인쇄 일정과 교사의 학습 관리 계획 등을 이유로 수업 중단 의사를 미리 통보해 줄 것을 요구한다. 대다수는 해당 월 초에 해지 의사를 밝혀야 다음 달부터 계약이 종료되는 구조다.

일부 소비자는 계약 당시 담당 교사로부터 해지 규정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지 못해 이같은 시스템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학습지 표준약관은 '회원은 계약 기간 중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며 회사는 해지 통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잔여 기간의 월회비를 환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지 통지 도달 시점을 기준으로 남은 계약 기간의 월회비에서 10%를 공제한 잔액을 환급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학습지 업체들은 공정위 표준약관에 기반한 이용약관을 운영 중이고 소비자가 원하면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소비자 편의를 위해 수년 전부터 고객센터 등 본사를 통한 해지 접수가 가능하도록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본사 공식 규정은 '언제든 해지 가능' '본사에서도 해지 접수 가능'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사전 해지 신청을 강제하는 이중적인 운영 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교원 구몬 관계자는 "계약기간을 1개월로 정한 경우 고객은 철회 기간 경과 후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며 회사는 해지의 통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잔여 기간에 해당하는 월회비를 환불한다"고 설명했다.

웅진씽크빅 측도 "계약상 학습지 회원은 학습 기간 중 언제든지 해지 요청이 가능하다"며 "일반적으로 월 단위 수업이 이뤄져 고객 요청에 따라 차월 시작일 기준으로 해지가 처리된다"고 말했다. 재능교육도 마찬가지로 "고객이 해지 요청할 경우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도록 약관에 규정돼 있다"고 전했다.

한솔교육 측은 "학습지 해지는 고객만족센터, 채팅상담 및 수업 부서(지점), 교사 등을 통해 접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습지 해지는 고객이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해지 가능하다"면서도 "일부 현장, 교사가 학습지 사전 교재 주문 및 교사 학습관리 스케줄 등을 고려해 특정일자까지 해지 의사를 사전에 밝혀주기를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해지와 관련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 전 약관과 환불 규정, 해지 절차 등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사 약관에 분명히 즉시 해지처리가 된다고 명시돼 있으면 따라야 할 것"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본사의 중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학습지 업체의 계약서나 이용약관을 확인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