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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것만이 물은 아니다…`버추얼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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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것만이 물은 아니다…`버추얼 워터'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3.20 07: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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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난 저녁 소고기 500g을 먹었다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7천500ℓ의 물을 소비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1ℓ 페트병 7천500통을 한끼에 마신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직접 물을 마신게 아니라 식탁에 오르기까지 7천500ℓ의 물이 드는 소고기 500g을 먹었으니 엄밀히 말해 당신은 물을 `마신'게 아니라 `먹은'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상수(假象水)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유네스코 산하 물ㆍ환경 교육기관인 유네스코-IHE와 국제기구인 세계물평의회(World Water Council) 등에 따르면 버추얼 워터(Virtual Water)로도 불리는 가상수는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물의 총량을 뜻한다.

   독일의 `사회생태학연구소'가 지난 200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의 쌀에는 3천ℓ의 가상수가 필요하며 1㎏의 밀 혹은 우유에는 각각 1천ℓ의 가상수가 쓰인다. 돼지고기의 경우 소고기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아 1㎏에 5천ℓ의 물이 필요하며 햄버거 1개가 만들어지려면 2천500ℓ의 물이 필요하다.

   가상수는 먹거리에만 적용되는게 아니다. A4용지 1장에는 10ℓ의 물이, 1장의 면티셔츠에는 4천ℓ의 물이 쓰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320억㎥의 가상수를 수입하는 한국은 스리랑카, 일본 등에 이어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며 최대 수출국인 호주는 연간 640억㎥의 가상수를 수출한다.

   가상수라는 개념은 런던대 토니 앨런 교수가 1980년대에 처음 만들어냈지만 한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03년과 2006년 3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물포럼'(World Water Forum)의 주제로 잇따라 채택되면서 유명해졌다.

   맘 편히 제품을 소비하는 데에 부담이 될 뿐 직접 보이지도 않는 물에 가상수라는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뭘까?
현단계에서 가상수가 중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세계가 실제로는 물부족 상태가 아니라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지구표면의 70%가 물로 덮혀있지만 이 중 97%는 바닷물이기 때문에 먹거나 작물에 공급할 수 없다.

   나머지 3%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담수(Fresh Water)인데 담수는 강이나 호수 등에 머무르다가 태양열에 의해 증발되고 다시 비를 통해 육지에 내려오는 방식으로 순환한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쓸 수 있는 담수의 양을 연간 1만~1만2천㎦(1㎦=10억㎥)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물이 지역마다 공평하게 분포돼있지 않다는 데 있다. 브라질 같은 열대우림지역과 달리 중동의 사막은 항상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식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소비하는 물의 양은 담수량의 15%에 그칠 뿐이다.

   가상수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게 2000년대 이후의 일인 까닭에 아직 이 개념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이지만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가상수의 활용 영역이 지금 예측하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국가의 차원에서 보면 가상수는 각 국가별로 물과 관련된 정책을 세우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가상수(혹은 가상수가 포함된 제품)의 수입량을 조절해 자국 내 물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한 국가가 연간 1t의 밀을 수입한다면 자국 내에서 1천300㎥의 물을 아낀 셈이 된다.

   반대로 물부족 국가인 이스라엘 같은 국가는 가상수의 함축량이 많은 오렌지 같은 과일의 수출을 줄임으로써 자국 내 가상수를 아낄 수 있다.

   지나치게 한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을 경우 향후 발생가능한 `가상수 분쟁'을 피할 정책 대안도 마련할 수도 있다.

   A라는 국가가 연간 가상수 1천억t을 수입하는 데 이 중 절반 이상인 500억t을 B 국가에서 수입한다면 가상수의 수입선을 다변화 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가상수 수입량이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자국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식의 대안도 마련될 수 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가상수는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가능하게 할 묘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수가 많이 필요한 상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국가에서 생산돼 물이 부족한 국가로 수입된다면 지구적 관점에서 그만큼의 물이 절약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세계물포럼 같은 국제적인 회의에서 가상수를 의제로 채택하며 가상수의 국가간 흐름이 지구적 차원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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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2008-03-22 15:29:28
...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