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연패(1988년, 1992년)에 준우승 3차례(1984년, 1996년,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1995년) 등 세계 최강 수준으로 군림하던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베이징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작년부터 무려 세차례나 예선을 치르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원인은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의 편파판정 때문이었다.
작년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국은 AHF가 내세운 중동 심판의 편파판정에 휩쓸리며 1차전에서 약체 일본에 패했고 결국 홈팀 카자흐스탄에 한 장 뿐인 올림픽 직행 티켓을 내줘야 했다.
같은해 12월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오르며 국제핸드볼연맹(IHF)의 올림픽 최종예선 조편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자마자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IHF가 파리에서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 예선 결과를 모두 무효로 한 뒤 재경기를 결정한 것이다.
최종예선을 치르지 않고도 곧바로 베이징으로 갈 기회를 얻은 한국은 지난 1월 말 일본에서 열린 예선 재경기 단판승부에서 일본을 13점 차로 대파하고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동시에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흥행과 맞물려 핸드볼 열기까지 고조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AHF는 IHF의 재경기 결정에 대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결국 여자 예선 재경기 결과는 취소되고 말았다. 남자 재경기 결과는 그대로 인정돼 다행스러웠지만 여자 대표팀은 다시 고난의 행군을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CAS의 결정이 나온 건 IHF 최종예선이 열리기 일주일 전이었다. 그나마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아프리카 2팀과 같은 조에 속해 한 시름을 놓았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아 훈련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흘간 3경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이 버텨줄 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일단 정예 멤버를 모두 불러들여 프랑스로 떠난 대표팀은 체력이 안됐기 때문에 조직력과 노련함으로 맞섰다. 이틀간 손발을 맞춘 대표팀은 콩고와 첫 판을 가볍게 승리한 뒤 홈팀 프랑스와 2차전에서 무승부를 일궈내며 사실상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날 코트디부아르와 최종전 승리는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행을 자축하는 세리머니나 다름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