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전 회장은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출두했다. 취재진이 주식 명의를 제공한 경위를 묻자 "1988년 그룹 비서실장한테 이름을 빌려달라는 연락이 와서 빌려 줬다"고 답했다.
그는 "제주도에서는 내가 돈 많은 사람으로 소문이 났는데 결과적으로 도민들을 속인 것이 돼 미안하다.기존 주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삼성측과 조율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환사채 발행에 당시 구조조정본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진술해 왔으며 구조본에서 `기획안'을 만들어 올렸다는 내용도 금시초문이다"라고 말했다.
현 전 회장은 지난 10일 제주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해 온 삼성생명 주식의 실제 소유주는 이 회장이며, 1998년부터 줄곧 차명으로 보유했지만 그룹과의 신의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현 전 회장을 상대로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조사했다. 주식 매입 자금이 회삿돈이 아닌지, 개인 재산이라면 굳이 차명으로 관리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그룹 전략기획실 최광해 부사장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조사했다.
비자금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돼 온 최 부사장은 1993년 회장 비서실 재무팀 부장으로 발탁된 뒤 2004년 구조본 재무팀장을 거쳤으며, 이건희 회장 일가 뿐만 아니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재산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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