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경기도와 함께 경기미(米) 부양사업의 일환으로 시도했던 ‘떡장사’가 시행 1년여 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떡 판매 초기에는 ‘동서양의 만남’이란 호기심 덕분에 다른 빵류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엔 판매 실적이 절반 밑으로 뚝 떨어지는 등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최근 떡 대신 쌀 케이크 등 쌀을 원료로 만든 대체 식품에 주목하는 등 궤도수정에 나설 움직임이다. 전통 떡을 앞세운 스타벅스의 한국화 실험은 시행 1년 만에 사실상 존폐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떡장사, 신통치 않네=스타벅스는 지난해 4월부터 경기도 떡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기도와 농협경기지역본부가 제공한 경기미로 만든 떡을 수도권 매장에서 판매했다.
딸기편, 쑥편 등 낱개 포장된 떡을 무교점과 소공동점에서 시범적으로 판매하던 중 지난해 10월부턴 수도권 50개 매장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떡장사 초기에는 빵 못지않게 ‘커피와의 궁합’을 자랑하며 인기를 누렸다.
무교점과 소공동점에서만 떡을 취급한 3개월(지난해 4~10월)동안 점포당 하루평균 판매량이 23개였다. 하지만 수도권 매장 50곳으로 떡 판매를 확대한 10~12월엔 이 숫자가 9.3개로 뚝 떨어졌고, 올해는 8.3개로 재차 하락했다. 떡장사 1년 동안 누적매출이 고작 7500만원에 불과했다.
경기도 입장에서도 스타벅스를 통한 떡 사업은 ‘돈먹는 하마’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경기도 측은 그동안 떡사업에 7000만원을 지원하고, 배송비도 1900만원을 썼다. 스타벅스 떡 판매를 위해 투입한 시설비, 홍보비 등의 예산은 모두 5억6000만원. 투자비가 수익금을 몇배나 훨씬 웃돈 셈이다. 여기에 생산자가 각 점포로 상품을 배송하는 구조 탓에 물류비용이 높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떡에서 쌀 케이크로 궤도수정?=스타벅스의 ‘떡 실험’ 실패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지화에 성급하게 욕심을 내면서 생긴 예견된 결과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스타벅스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커피와 빵의 서양식 문화에는 익숙하지만 ‘커피와 떡’이란 퓨전문화를 두고는 거부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라는 것.
처음 ‘스타벅스’가 전통떡을 취급할 때엔 신선한 충격을 일으켰지만 ‘스타벅스 커피’라는 이미지가 떡으로 연결돼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떡은 머핀이나 쿠키에 비해 쉽게 굳어 재고가 발생할 경우 전량 폐기처분하거나 푸드뱅크에 기증할 수밖에 없어 손실이 더 크다는 단점이 있다.
성급한 현지화에 한방 먹은 스타벅스는 떡 대신 쌀 케이크를 선보이는 등 궤도수정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쌀로 꼭 떡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케이크 등도 만들 수 있다”며 ‘농민과 함께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경기미 부양사업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또 취약점으로 지적된 물류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엔 물류기지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