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에서 초등학생 이혜진.우예슬 양과 군포에서 정모 여인 등 3명을 살해한 혐의(영리약취유인 및 살해 등)로 구속기소된 정성현(39) 피고인에 대한 공판이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재판부가 공판 전에 준비기일을 통해 사건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및 증인 채택범위를 좁힌 뒤 한 기일에 한 사건만 심리하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월 공판중심주의를 반영한 형사소송법 개정 후 수원지법에서 이 방식을 적용한 공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법 형사2부(재판장 최재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 변호인이 형량 감경을 염두에 두고 '심신미약 상태'를 뒷받침할만한 설명을 덧붙였을 뿐 대부분 검사가 증거를 낭독하는 형태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정 피고인은 증거조사 과정에서 두 어린이에 대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술과 본드를 마시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군포 정 여인 살해경위에 대해서도 "화가 나 때리다 보니 숨진 것이지 살해할 목적은 없었다"며 의도성을 부인했다.
최상섭 공주치료감호소장과 대학선배인 전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도 범행당시 피고인의 정신상태가 쟁점이 됐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최 소장은 피고인과의 면담결과를 토대로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며 "이는 불우한 성장과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피고 측 증인으로 나온 전 씨는 "평소 술을 많이 마셨지만 본드를 흡입하거나 폭력 동영상과 (범행도구로 사용된) 연장을 수집한 사실은 몰랐다"며 "범행 당일 밤 휴대전화 통화할 때나 다음 날 만났을 때 평소와 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은 이날 "1주일에 2개씩 본드를 구입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증거조사에서 200여 개의 증거 외에 예슬 양이 "힘들어도 참고 노력해 악기를 익혀 가수가 되겠다"며 평소 좋아하던 여가수들의 사진을 함께 붙여놓은 '나의 꿈'이라는 글과 혜진 양이 사건 당일 어머니 선물로 6천원짜리 립클로즈를 구입했다는 진술 등을 제시해 방청객들을 안타깝게 했다.
공판에는 혜진 양의 어머니가 방청객으로 참석해 검사가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동안 울먹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에만 5시간 이상 걸리는 등 오전 10시 시작한 공판이 9시간을 넘어서자 변론기일을 18일 오전 9시 속행해 추가 증거조사, 피고인 신문, 최후진술 절차를 거친 뒤 오후에 선고하기로 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