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라는 후광을 업고 코스닥시장에서 손대는 종목마다 대박을 터트려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LG그룹 방계 3세 구본호(33)씨가 사실은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구씨의 조가조작 전모가 드러났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범한판토스'의 대주주인 구씨는 당장 동원할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2006년 가을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을 인수하기로 마음 먹고 오래 전부터 친분 관계를 이어온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씨의 자금을 이용해 `작전'에 들어갔다.
먼저 2006년 9월28일 미디어솔루션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주당 7천원에 유상증자를 했는데 구씨가 100만주(70억원)를, 글로리초이스차이나사와 스카이애셋홍콩이 각각 20만주, 크라운그랜드사가 10만주를 사들였다.
이때 외국법인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글로리초이스차이나사 등 3개 회사 모두 조씨와 구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구씨가 또 다음 날에는 미디어솔루션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80만주를 151억원에 사들였고 20일 뒤에는 사들인 BW 가운데 90만주를 조씨의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인 카인드익스프레스사에 405억원에 넘겨 33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처럼 조작했다고 덧붙였다.
구씨가 이들 주식과 BW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시장에서 빌린 돈을 이용하고 카인드익스프레스사를 통해 넘어온 조씨의 돈으로 빌린 돈을 갚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구씨가 외국 유명 투자은행의 명의를 빌린 뒤 이 은행이 미디어솔루션에 직접 투자한 것처럼 속여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혐의도 포착했다.
미디어솔루션을 재벌 3세가 인수했고 외국법인들도 투자했다는 소식에 이 회사 주가는 7천원에서 4만원대로 치솟았고 구씨와 조씨는 글로리초이스차이나사 등 3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사들인 50만주를 팔아 16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것이다.
구씨는 한 달 새 거액을 벌어들이는 동시에 미디어솔루션의 최대주주가 되자 자신이 대주주인 범한여행을 흡수합병해 `레드캡투어'를 만들고 액티패스, 동일철강, 엠피씨 등 손대는 종목마다 비슷한 수법으로 대박 신화를 이어갔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 수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구씨 본인 또는 조씨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한국인인데 외국인인 것처럼 위장해서 투자하는 세력)'이고 개미투자자들은 이들의 작전에 철저히 속았던 셈인 것.
구씨는 그러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운이 좋았을 뿐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우그룹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로비 창구로 지목받아온 조씨의 해외자금을 추적하다가 조씨와 구씨의 연결고리를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BFC(대우의 해외 비밀 금융조직)를 통해 빼돌린 자금 일부가 수 차례 세탁을 거치면서 조씨의 개인재산이 됐고 이번에 구씨의 주가조작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 자금은 이미 조씨의 개인재산으로 넘어온 상태여서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으로 규정해 추징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은머리 외국인의 실체는 좀체 밝히기 힘든데 조씨를 수사하다 뜻밖의 수확을 거뒀다"며 "`재벌 테마주 성공 신화'의 효시 격인 구씨가 구속됨에 따라 주식 대박을 터뜨린 다른 재벌 2ㆍ3세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