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실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실, 회의실 등이 자리한 삼성본관 28층은 오랫동안 삼성그룹의 수뇌부와 최고 실력자들만 사용해온 곳으로 일종의 `성지'처럼 여겨지던 곳. 지난 1월15일 특검팀에 의해 28층이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 삼성 임직원들은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을 정도다.
24일 삼성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은 25일 마지막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어 전략기획실 근무 임원들의 계열사 복귀, 다음달 1일부터 가동될 사장단협의회 운영 방안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며 삼성본관 28층의 운명도 이날 결정에 포함될 전망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기 때문에 전략기획실장실은 당연히 없어질 것"이라며 회장실 철거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삼성그룹 사상 초유의 실험을 각오하고 있는 마당에 회장실도 철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이건희 회장은 오래전부터 자율경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삼성본관 회장실을 이용하지 않았고 대신 한남동 자택이나 승지원을 이용해왔다.
지난 4월말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일반사원'의 신분이 된 이 회장은 이후 승지원조차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상징성과 기업문화 등을 고려해 회장실을 존치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외부 여론 등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철거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삼성 관계자는 "상징적으로 회장실을 남겨두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외부로부터 오해를 받을 일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인 만큼 철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회장실이 철거된 후 28층을 무슨 용도로 사용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
다만 전략기획실 등 그룹의 핵심부서가 입주해있던 26층과 27층의 주인은 크게 달라진다.
26층에 있던 기획홍보팀과 전략지원팀 임직원들은 대부분 계열사로 배치됐고 잔무 처리를 위해 남아있는 최소한의 인력들은 27층으로 옮겼다.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홍보팀이 22층에서 26층으로 24일 이사했고 전략기획실 인사팀 등 일부 부서가 축소된 채 22층에서 당분간 업무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
흡사 퍼즐 짜맞추기같은 사무실 이동은 전략기획실 해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면서도 10월과 11월 사이에 삼성본관이 통째로 서초구 서초동으로 이주할 예정이어서 지금 당장 대규모 이사를 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조건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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