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다가왔다.
남녀 할 것 없이 옷자락은 짧아지고 몸매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는 이 때.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솔로라 할지라도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는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러다 보면 휴가지에서 우연히 만난 이성과 자연스럽게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고, 원나잇스탠드까지 가기도 한다.
서른한 살, 늦처녀들의 로망에 대한 이야기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달콤한 나의 도시’ 속 오은수(최강희 분) 역시 어느날 모임에서 우연히 동석한 연하의 꽃미남 태오(지현우 분)와 원나잇스탠드 후 급속히 사이가 가까워졌다.
드라마에서 이들 커플은 다행히 안전사고 없이 알콩달콩한 연인의 관계로 발전했지만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잠자리를 경험하게 되거나, 특히 열정의 휴가기간을 보낸 덕분으로 바캉스 베이비라도 생긴 경우라면 이를 계획하지 않은 커플들에게는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니다.
실제로 한 제약회사에 따르면, 바캉스 시즌과 맞물린 7~9월 기간에는 사후피임약의 판매율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원나잇스탠드의 경우, 오은수처럼 운이 좋게도 가임기간이 아닌 때라면 그녀는 배란일을 잘 계산하는 센스있는 여성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리주기를 이용한 피임법은 생리가 지극히 규칙적인 여성만이 이용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평소에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기타 피임장치를 이용한 것으로 미루어볼 수 있다. 만약 이도 아니라면 그녀는 분명 서둘러 사후피임처방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달콤하고 색다른 잠자리에 대한 로망이 임신에 대한 공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 하룻밤의 관계로 설마 임신이 되겠어?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우리나라 남성들이 콘돔 외에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질외사정을 피임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지극히 위험하다. 정액은 사정의 전후에도 조금씩 흘러나오기 때문.
먹는 피임약이나 피임도구를 정확히 사용하고 있다면 피임율은 95% 이상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최근에는 먹는 피임약 뿐만 아니라 자궁내장치, 피하에 이식하거나 피부에 붙이는 피임제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가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피임을 하지 않았거나 피임에 실패한 경우라면 관계 후 72시간 내에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책.
여행을 떠날 때에는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콘돔, 살정제 등의 피임준비를 하는 것이 좋고 특히 임질, 트리코모나스, 클라미디아, 헤르페스와 같은 성병에도 주의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예방을 위해서는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 열심히 활동을 하다 보면 신체는 지칠대로 지치고 피곤한 상태인데다가 여러 사람이 사용한 침구류나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서의 잠자리는 각종 병원균에 대한 감염의 위험을 높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휴가지에서 만나 원나잇스탠드를 감행할 수 있는 상대라면 일반적으로 Sexual Active 성향이 예상되므로 이런 경우 성관계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노출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해야 한다.
바캉스 후 질 분비물에 냄새가 나거나 가렵고 쓰라린 증상, 아랫배 통증, 생리가 아닌 부정출혈이 발생할 경우, 외음부에 종괴가 만져지거나 궤양이 나타날 경우에는 성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올 여름, 달콤한 그녀들의 도시가 안전한 도시로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센스있는 피임 준비와 위생관리를 좀 더 착실히 해야 하지 않을까.
리즈산부인과 네트워크 여경아 수석원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