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종목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근본적인 원인이 기업들이 장사를 잘 못했다기보다는 증권사들이 글로벌 경제의 변화에 둔감한 채 거품 전망만 내놓았던 데 있다는 지적이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KT, KTF, 롯데쇼핑, 메가스터디 등이 어닝쇼크를 일으켰다. 어닝쇼크까지는 아니지만 LG디스플레이와 신세계도 전분기 실적이 시장을 실망시켰다.
삼성전자의 경우 실적 공개 전날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는 2조739억원, 가장 높은 추정치는 동양종금증권의 2조2천940억원이었지만 실제는 1조8천900억원에 불과했다. 실적 발표 일주일 전만 해도 증권사 컨센서스는 2조1천942억원으로 더 높았다.
현대차 경우도 증권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실적 발표 일주일 전 7천26억원에 형성돼 있다가 발표 전날 7천114억원으로 올라갔지만 실제는 6천626억원으로 훨씬 낮았다. 실적 발표 전날 7천546억원(현대증권), 7천424억원(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을 한 증권사도 있었다.
SK텔레콤(실제 영업익 5천330억원, 컨센서스 5천922억원), KT(3천676억원, 3천997억원), KTF(139억원 영업손실, 컨센서스 919억원 영업익), 롯데쇼핑(2천22억원 영업익, 컨센서스 2천96억원) 등도 컨센서스와 실제 영업이익이 10% 이상 차이가 나 추정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로 글로벌 인플레이션마저 발생하면서 자동차, IT 등 주요 수출품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둔화하고 있었음에도 증권사들이 이를 외면한 채 각종 낙관론을 펼친 결과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를 보면 수요 감소보다는 환율 효과 등이 커 우려를 잠재울 것이라는 내용이 단골로 등장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선전했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는데 증권사들의 잘못된 추정으로 시장에서 '어닝쇼크'로 통하니 황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초 시장에서는 2분기 실적 시즌이 조정장에서 반등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불투명한 대외 여건 속에서도 환율효과 등으로 증권사들이 전망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밝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적이 증권사들의 추정치에 못미쳐 주가 상승보다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증시 조정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실적 추정 컨센서스는 오히려 높아졌다"며 "낙관적인 편향이 반영됐거나 대외적 악재들을 아직 감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주들의 '어닝쇼크'로 시장이 충격을 받았는데도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기업 이익은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또다른 파장이 우려된다.
한화증권은 219개 기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작년 동기 대비 48.57% 증가하는 것으로 형성돼 있지만 이는 고유가로 인한 원가상승과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2분기 실적 시즌이 끝나면 컨센서스 하향 조정을 피할 수 없어 다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대목이다.
실제 '어닝 서프라이즈'(실적이 기대치보다 높은 경우)를 낸 종목마저 최근 실적 효과가 채 하루를 가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증권사들이 뒤늦게 이익 전망이나 목표주가를 내리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한 나머지 더이상 저가 매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윤지호 투자정보팀장은 "국내 경기바닥이 일러야 4분기인데 이를 무시하고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너무 높은 이익 전망을 내놨다"며 "여전히 낙관적인 3분기 이후 전망은 2분기 실적발표 후 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의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 급락에도 기업 실적 전망이 지속적으로 상향조정되면서 주식이 싸게 보이는 효과를 얻었지만 실적전망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다 보니 밸류에이션 매력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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