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CGV '리틀맘 스캔들'서 10대 반항아 혜정 역

참 당돌하다. 하지만 밉지 않다. 고소영이나 김희선의 옛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그룹 슈가 출신 황정음(23)이 채널CGV '리틀맘 스캔들'(극본 김남희, 연출 장두익)을 통해 비로소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여고생 혜정을 연기한다. 혜정은 엄마에 대한 반항심으로 밤에는 '꽃뱀' 노릇을 하며 일탈을 하는 독특한 아이다.

"그동안은 저랑 너무 먼 역만 맡았어요. 이제 23살인데 28살을 연기하려니 힘들었어요. 모르니까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러면 연기가 아니죠. 로봇이죠. '리틀맘 스캔들'은 달라요. 전 지금도 연기를 못하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편하고 자신감도 있어요. 불과 몇 년 전에는 제가 고등학생이었잖아요. 교복 입는 역을 해보고도 싶었어요."

실제로 그렇다. 지난해 1월 SBS TV '사랑하는 사람아'에 덜컥 주연급으로 캐스팅된 그는 방송 내내 악평에 시달려야했다. 정통 멜로드라마에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국어책을 읽는다' '눈만 치켜뜬다'는 등의 비난을 감수해야했다. 생기 넘치는 발랄하고 귀여운 매력은 설 자리가 없었다.

이어 캐스팅된 MBC TV '겨울새'의 경우는 더 참담했다. 작품의 감수를 맡았던 김수현 작가가 그의 연기력을 문제삼아 극중에서 유학가는 것으로 처리하며 퇴출시켜버린 것.

"'겨울새'를 하는 내내 김수현 선생님께 정말 혼이 많이 났어요. 그러다보니 의욕이 없어지더라구요. 감독님은 그래도 끝까지 절 지켜주려고 하셨지만 전 그렇게 연기 못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느니 차라리 드라마에서 빠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이 나올까 싶었지만 그는 천연덕스럽게 술술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 뒷말이 더 당돌하다.

"'겨울새'에서 빠진 후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았어요. 연기 레슨이요? 그런 것은 필요없는 것 같아요. 연기는 레슨을 통해서 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감정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연기 못한다고 구박받았지만 신인 때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운 좋게도 그는 곧바로 '리틀맘 스캔들'을 만나 몸에 맞는 옷을 입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있다.

"실제로 학창 시절 말썽을 많이 피웠어요. 매일 9시에 어슬렁거리며 등교하고 담 넘어다니고 수업시간에 매일 과자 먹다가 선생님께 혼나고….(웃음) 그래도 술, 담배는 안했어요. 남자 문제도 없었구요. 반항아라기보다는 말썽쟁이 수준이긴 했지만 그때의 느낌을 살리며 혜정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리틀맘 스캔들'의 혜정도 '꽃뱀' 노릇을 하기는 하지만 원조교제에 나서는 남자들을 혼내고 훈계하는 선에서 그칠뿐 선을 넘지는 않는다.

"혜정이 같은 여학생이 실제로 있을까요. 못된 남자들을 혼내는 혜정이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

100% 사전제작된 '리틀맘 스캔들'은 시즌1 총 8회의 평균시청률이 1.1%(AGB닐슨리서치)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시즌2는 19일 첫선을 보인다.

"미리 촬영을 해놓았기 때문에 내용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는데 잊어버릴만하면 대본을 다시 찾아봐요. 내가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내용이면 주변에 전화해서 그날 방송을 보라고 해요.(웃음) 다행히 이번에는 감독님이 '연기가 느는 것이 보이니 가르친 보람이 있다'고 하세요."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