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의대 박병현 교수와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의료센터 로저 엉거 교수팀은 26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유전적, 화학적으로 제1형 당뇨병이 유발된 쥐에 체내 호르몬인 렙틴의 유전자를 주입한 결과 혈당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져 10~80일간 유지됐다고 밝혔다.
소아당뇨로도 불리는 제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생산 베타세포를 외부침입자로 오인,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인슐린을 계속 투여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유전적으로 제1형 당뇨병에 걸리는 동물모델인 NOD(non-obese diabetic) 생쥐와 약물(STZ)로 췌장 베타세포를 완전히 파괴해 제1형 당뇨병에 걸린 생쥐에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렙틴 유전자를 주입하고 혈당 변화 등을 관찰했다.
렙틴은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지방을 산화시켜 비만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렙틴 유전자가 주입된 생쥐에서는 렙틴 분비가 크게 증가했으며 유전자 주입 9일 후에는 당뇨병 생쥐들의 비(非) 공복시 혈당 수치는 평균 534±199㎎/㎗에서 77±67㎎/㎗로 정상 수준을 회복했고며 이런 정상적 혈당 수치는 10~80일간 유지됐다.
박 교수는 "렙틴 유전자가 주입된 당뇨병 생쥐에서는 렙틴 분비가 늘어나면서 췌장에서 만들어져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의 생성과 분비가 억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뇨병에서는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과 함께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이 분비가 증가하면서 혈당 수치가 증가하는데 렙틴이 이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렙틴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은 당뇨병 생쥐의 혈중 글루카곤 수치는 175±21pg/㎖였으나 유전자 주입 후에는 30일간 평균 69±28pg/㎖로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생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박 교수는 "이 연구는 인슐린이 전혀 생성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을 인슐린없이 치료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인슐린 대신 렙틴을 통해 글루카곤을 억제하거나 차단함으로써 제1형 당뇨병을 치료 또는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
|
<사진설명 :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정상 생쥐(왼쪽)와 약물로 췌장 베타세포를 파괴해 제1형 당뇨병에 걸린 생쥐(가운데와 오른쪽). 렙틴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은 오른쪽 생쥐는 인슐린 부족으로 성장이 억제돼 크기가 매우 작은 반면 렙틴 유전자를 주입한 가운데 생쥐는 정상 생쥐보다 마른 편일 뿐 정상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