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가 달라지나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손해보험 상품을, 반대로 손해보험사 설계사가 생명보험 상품을 팔 수 있는 교차판매가 시행된다.
잘 모르는 소비자도 많지만 보험 상품은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 상품으로 구분된다. 종신.정기.변액보험이 생명보험에, 자동차.화재보험 등은 손해보험에 해당돼 각각 다른 보험사에서 팔고 있다.
교차판매는 이런 칸막이를 허물게 된다. 지금은 '1사 전속제'로 설계사가 소속 회사 상품만 팔 수 있지만 이 제한이 사라진다. 물론 지금도 보험사 소속이 아닌 독립법인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양쪽 상품을 다 팔고 있다.
교차판매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한 설계사를 통해 필요한 보험 상품을 한번에 가입할 수 있다. 예컨대 종신보험을 팔았던 설계사를 통해 자동차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한 설계사를 통해 좀 더 포괄적인 재무 설계나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지금도 복잡한 상품 구조 때문에 적지 않은 '불완전 판매'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많다.
◇ '빈익빈 부익부'로 가나
시행을 앞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대형사보다 중소형사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미 설계사가 많은 대형사보다 중소형사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설계사를 확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시행이 코 앞에 닥치자 결국 '빈익빈 부익부' 양상으로 가는 듯한 경향이 도드라지고 있다. 인지도나 규모, 안정성 등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사로 설계사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교차판매는 설계사들에게 상대 업계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1개 회사의 상품만 팔도록 했다.
업체들은 구체적인 응시자나 합격자 수를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2∼3차례 진행된 판매자격 시험에서 이미 대형사 편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흥국생명과 흥국쌍용화재, 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및 제일화재,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등 계열사가 있는 회사들에도 설계사들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계열사가 없는 중소형사와 외국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그래서 교차판매가 보험업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설계사 확보를 위한 보험사 간 경쟁도 치열해 스카우트전도 물밑에서 활발히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보험 영업의 핵심인 설계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교차판매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교차판매가 업계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불투명하다. 처음 시행되는데다 설계사들이 이 제도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생명과 손해 중 어느 쪽을 선호할지 등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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