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이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대출금리 인상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서민 가계와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가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 등 3고(高)에 시달리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내부 기준금리 속속 인상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부터 본점과 지점간 거래할 때 적용하는 내부 기준금리(MOR)를 연 0.30%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우리은행이 내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내부 기준금리가 오르면 영업점 대출금리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내부 기준금리를 연 6%로 가정할 경우 지점이 6.3%의 금리로 고객에게 대출할 경우 종전에는 0.30%포인트의 수익을 확보했지만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는 수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내부 기준금리 인상폭에 맞게 대출금리를 높이게 된다.
우리은행은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는 내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치했다.
기업은행도 장단기 금리 차 확대를 감안해 변동금리형 대출에 적용되는 내부 기준금리를 작년 12월 이후 9개월 여 만에 연 0.20%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이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기업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71~8.31%로 지난 주 초보다 최고 0.21%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내부 기준금리를 매달 변경하는 외환은행은 다음 달 기준 금리를 최고 0.30%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우량업체 임직원 신용대출인 리더스론의 금리는 다음 달 1일 7.37~8.07%로 지난 달 초에 비해 0.26%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9일 신용대출의 기준금리를 0.10%포인트 인상했다. 3월 중순 이후 8차례 금리인상을 통해 총 0.65%포인트 올렸다.
◇ 서민 가계.중소기업 비명
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금리 인상이 주택대출금리에서 신용대출, 중소기업대출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조달비용이 올라가면서 금리인상 요인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중금리 변동 추이를 지켜보며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적정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강화했으며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신용등급별로 적정마진을 확보하는 선에서 대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금리마저 치솟으면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예금은행의 원화대출이 7월 말 현재 446조6천억 원을 기록하고 있어 대출금리가 연 1%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이자부담은 4조5천억 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
고환율, 고물가와 겹치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실질소득 증가율이 0%대인 상황에서 환율과 물가, 이자율이 높아지면 소비 위축이 심화되고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 혼선을 피하고 경제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해 경제 안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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