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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피부가 안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계절을 무시한 생활 환경이다. 여름에는 적당히 흘리는 땀만큼 피부에 좋은 보약이 없고, 겨울에는 적당히 추위를 견뎌내는 것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 그런데 이런 보약들을 무시하고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너무 따뜻하게 지내는 것이 바로 문제다. 지나친 냉난방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모공까지 커지게 한다. 이런 생활환경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결과적으로는 축 처진 피부, 나이보다 훨씬 노화된 피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일년 내내 더운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몸집이 큰 반면에 나이테 간격이 큰 편이다. 나이테 간격이 큰 만큼 실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나이테 간격이 좁다. 그만큼 한 해 한 해 자라나는 밀도가 치밀하고 견고하다는 얘기다. 이런 나무로 가구를 만들면 단단하고 오래 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계절의 기운을 다 몸으로 체험하면서 살기 때문에 야무지고 튼튼한 편이다. 들판에서 자란 나무가 비바람에 쉽게 꺾이지 않고 단단하게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냉방과 난방에 둘러싸여 기후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산다. 그렇게 살다보면 당장 피부부터 약해진다. 생각해보라. 우리 피부의 땀구멍은 더울 때는 열어주고 추울 때는 조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덥고 추운 계절을 자연스럽게 이겨냄으로써 이런 기능이 단련되는 것인데, 그 기회를 우리가 박탈해버리는 셈 아닌가?
피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추위나 더위를 심하게 타고 감기에도 잘 걸린다. 기후 체험을 통한 피부 단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있는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 에어컨 바람이 피부의 수분을 몽땅 훔쳐 달아나기 때문에 피부가 굉장히 건조해진다.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실내 온도가 높으면 우리 몸도 말라버린다. 이런 생활환경은 그대로 둔 채 아무리 좋은 보습 크림을 발라봤자 효과가 없는게 당연하다. 에어컨을 끌 수 없다면 물을 자주 마시자. 몸 안에 수분 공급을 해주면 어느 정도 피부에도 좋다. 그리고 화장을 할 때 수분 크림을 많이 발라주고 퇴근 후에는 보습 크림을 듬뿍 바르고 자는 것도 좋다.
쉬는 날에는 땀을 흘리는 것이 피부의 모공을 단련하는 데 좋고, 온몸의 신진대사에도 좋다. 몸이 활력을 찾으면 피부도 건강해진다. 단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는 것은 필수.
옛날 사람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기후 변화를 자연스럽게 겪으며 살아왔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치열하게 뜨거운 여름, 수확의 계절인 가을, 혹한의 겨울. 음양오행에서 말하는 ‘생(生: 태어남), 장(長: 자라남), 화(火: 변화함), 수(收: 거두어들임), 장(藏: 저장함, 혹은 죽음)’ 의 순환 원리가 바로 계절 속에 다 녹아들어 있다. 되도록 계절의 기운에 맞게 생활하되 현대를 사는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 할 계절이 여름과 겨울이다. 봄, 가을에는 대기가 건조하니만큼 보습에 적당히 신경쓰면 되고, 여름과 겨울에는 지나친 냉난방을 조심해야 한다.
이제 피부도 계절에 맞춰서 더울 땐 덥게, 추울 땐 춥게 살자. 우리 피부 스스로 단련되어 쉽게 지치거나 늘어지지 않도록 하자. 이렇게 계절의 변화에 맞추는 것이 바로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는 첫걸음이다.
Tip. 계절에 맞는 피부 살림살이
봄>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에 맞춰 화초를 키워보자. 화초를 키우면 정서가 순화되면서 피부가 온화해진다. 그리고 ‘신맛’ 으로 몸을 깨우자. 겨우내 활동이 부족했던 간 기운을 보강해야 몸 전체가 깨어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신맛을 찾게 되어 있다. 각종 나물을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 것이 피부에 영양을 주는 비결이다.
여름> 햇빛을 싫어하지 말 것. 내 몸의 양기가 바깥 기운과 서로 통하게 해야 피부가 건강해진다. 더위를 계속 피하기만 하면 심장 기능이 상하고, 환절기나 겨울에 병에 걸리기 쉽다. 그리고 ‘쓴맛’ 으로 심장 기운을 돕자. 화기(火氣)가 왕성해 피부가 쉽게 지치느 계절이므로 그럴수록 체력을 유지할 수 있게 잘 먹어야 한다. 고들빼기 김치, 씀바귀 같은 쌉싸래한 음식을 먹으면 여름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덥다고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거나 갑자기 찬물 속에 들어가는 일은 절대 삼갈 것. 안팎의 온도차가 클 때 유리컵이 깨지는 원리를 생각하자.
가을> 천기(天氣)는 쌀쌀해지고 지기(地氣)는 깨끗해지는 계절이다. 일찍 일어나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쌀쌀한 가을의 기분이 들지 않게 하며 가을의 기운에 적응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이 없게 함으로써 폐의 기운을 맑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는 전체적으로 피부를 관장하는 장기이므로 폐가 맑아야 피부가 맑아진다. 독서와 사색, 여행을 많이 하도록 하자.
겨울> 따뜻한 사무실이나 집 안에만 있다보면 피부의 모공 수축 기능이 떨어진다. 모공이 넓어진다는 것은 피부가 노화되었다는 증거. 적당히 추운 날씨를 즐겨라. 단, 너무 오랜 시간 추운 곳에 있으면 혈액순환이 안 되어 피부가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유의할 것. 겨울철에는 짠맛을 함유한 김장 김치를 많이 먹는 것도 몸의 기운을 유지하는 데 좋다.이은미한의원 원장 이은미 한의학박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