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두산의 소주 '처음처럼' 등 술 사업을 인수하면 국내 주류 시장에 어떤 풍경이 벌어질까?
두산의 주류사업부문인 두산주류 BG(Business Group) 매각입찰에 참여한 롯데그룹은 7개 사모펀드(PEF)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다. 인수대금으로 5천억 원가량을 제시했다.두산측은 22일에 진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발표했다.롯데의 두산 주류사업 인수에 따라 국내 술시장의 지도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롯데는 현재 오비맥주와 카스 맥주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오너인 박문덕 회장(59.왼쪽사진)은 키와 몸집은 작지만 배짱과 뚝심이 대단한 인물이다.한마디로 말해 '깡다구'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이다.술시장에서만 잔뼈를 키워 온 경영인으로 승부에서 지는 것을 스스로 못 참는 성미를 갖고 있다. 그는 학창시절 싸움실력도 대단했다고 한다.거의 지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사업에서도 그는 무서운 '싸움 닭'이다. 롯데 신격호 회장(87).신동빈 부회장(54.오른쪽 사진) 부자가 두산 주류사업에 이어 오비.카스맥주를 인수해 본격적인 공격을 해 올 경우 절대 만만하게 밀릴 사람이 아니다. 국내 '술판'이 어떤 방향으로 엎어질 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재 국내 술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왕 노릇을 하고 있다. 소주시장의 51%,맥주 시장의 58%가량을 손에 쥐고 흔들고 있다. 주류 도매장들은 진로 영업 사원들이 눈을 부라리며 아래 위로 한번 쳐다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드 수 밖에 없을 정도다. 주당들의 입맛을 정복한 '참이슬' 소주와 '하이트'맥주가 매출액의 반토막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와 카스맥주가 나머지 맥주 시장을 분할하고 있으나 거의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미 매각설이 확산되고 있고 롯데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소주시장도 마찬가지다. 진로의 시장 점유율을 뺀 나머지 가운데 두산이 13%를 차지하고 있고, 그 밖의 36%는 금복주.대선.무학.보해.선양.하이트소주.한라산.충북소주등이 콩 쪼개듯이, 이삭줍기를 하듯이 분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이트 소주도 시장 점유비(1.3%)는 미미하지만 하이트 계열사다.
만약 롯데가 두산 주류 사업 인수에 이어 내친 김에 오비.카스맥주까지 인수할 경우 술시장에 지진이 일어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지진이 일어 나면 하이트.진로와 롯데간의 죽느냐 사느냐 진검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는 이미 위스키 '스카치블루', 와인, 전통주,소주 등 다양한 술 장사를 하고 있다. 부산의 대선주조도 신격호 롯데회장의 동생 신준호씨가 운영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게 롯데는 만만치 않은 적수다. 롯데는 국내 최대의 유통공룡이다. 전국에 거미줄 같은 백화점.롯데마트.편의점.슈퍼마켓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과자.청량음료등 먹고 마시는 업종을 거의 모두 거느리고 있다. 최고의 물류유통력을 과시하고 있다.위스키 장사를 오랫 동안 해 오면서 전국의 룸살롱.단란주점등 맥주.소주 판매 업소 영업에도 도가 텄다.한마디로 '물장사'에 관한한 9단이다. 뿐만아니다.
자금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 재벌 가운데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신격호 회장이 은행 빚에 대한 기피증을 갖고 있어 아예 돈을 빌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아예 현찰 더미에 앉아서 쓸만한 M&A시장에 물건이 나오면 달려 들어 꿰차고 있다. 다른 돈 쓰는 데는 지독한 '노랭이'이지만 M&A를 할 땐 손이 엄청나게 크다.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두산주류 BG는 진로의 소주 '참이슬'과 경쟁하는 '처음처럼'과 '산', '그린' 등 소주 브랜드, 약주 '국향','군주', 와인 '마주앙', 위스키 '패스포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소주시장에서 약진을 해 왔다. 술시장에서 지장이자 맹장으로 꼽히는 한기선 사장이 2006년 출시한 `처음처럼'이 13%대 시장점유율을 확보, 진로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3천419억 원, 영업이익은 214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가 두산 주류사업에 이어 오비.카그 맥주를 인수 한 뒤 거의 완벽한 인프라를 앞세워 진로의 아성에 파상적인 공세를 펴고 하이트-진로가 이에 맞불을 놓을 경우 국내 '술판'이 한차례 뒤집히는 큰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맥주 업계는 원래는 하이트-두산-진로의 3자 구도였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벡스로 유명한 세계적 맥주회사인 벨기에의 인베브가 오비와 카스를 인수해 현재 하이트와 OB가 58% 대 42%로 시장을 갈라 먹고 있다. 인베브가 미국 맥주 업체인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하면서 OB맥주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외신을 통해 보도된 이후 롯데 인수설이 솔솔 퍼지고 있다.
오비.카스는 이미 '학업'에 뜻이 없다. 마케팅에도 매우 소극적이다. 좀 적게 팔더라도 비용을 줄여 한푼이라도 이익을 더 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광고.판촉을 거의 하지 않아 하이트도 덕분에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허약한 경쟁 회사가 대들지 않고 있는 데 굳이 광고 판촉에 돈을 쓰며 소란을 피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맥주회사가 롯데에게 넘어가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젓 먹던 힘까지 짜내 사투를 벌여야할 판이다.
판매량 및 브랜드 선호도면에서 계속 상승중인 카스맥주에서 m/s 지속적 하락과 브랜드 선호도면에서 하락세인 하이트만큼 마케팅 비용을 쓸 필요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