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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피플] 뮤지컬 배우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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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피플] 뮤지컬 배우 ‘이영미’
음악은 나의 삶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4.1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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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리. 스. 마!! 뮤지컬 배우 이영미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또 있을까. 이영미의 무대를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공연장을 날려버릴 듯 파워풀한 그녀의 목소리가 달팽이관을 지나 가슴을 때리는 순간의 염통 쫄깃한 그 느낌을. 듣는 사람이 그럴진대 부르는 사람의 카타르시스는 오죽하겠는가. 그렇기에 그녀는 불러도 불러도 노래가 고프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앨범을 내고 뮤지컬 휴업을 선언했다. 지난 1월에 발매된 이영미의 싱글 앨범은 뮤지컬로는 해소되지 않는 음악에 대한 갈증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돌파구인 셈이다. 올 가을 발표할 정규 앨범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는 싱글 앨범을 들고 각종 방송과 콘서트 무대를 누비고 있는 그녀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가수 복귀? 미뤄 두었던 숙제를 하는 기분이에요

뮤지컬 디바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영미지만 그녀의 음악적 커리어는 가수가 먼저였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중이던 1995년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으로 본격적인 음악 인생을 시작한 이영미는 1998년 ‘이아미’라는 예명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러니 일각에서는 그녀의 이번 앨범 발표를 두고 가수 복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굳이 복귀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미뤄 두었던 숙제를 하는 기분이랄까요. 어릴 때부터 대중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 꿈을 한 번도 접어본 적이 없어요. 뮤지컬만으론 해소되지 않는 노래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작년에 제 개인 콘서트를 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죠. 아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 언젠간 앨범을 내리라 생각하면서 시기를 저울질 하던 차에 갑자기 모든 게 맞아떨어졌고 여기까지 왔네요.”

10년 만의 개인 앨범이다. ‘이영미’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선 지금, ‘이아미’로 활동했던 10년 전 가요계는 그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아주 짧았던 활동 기간이었지만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어요. 그저 노래만 하고 싶었던 저에게 방송은 맞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방황도 했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아이돌이 가요계를 점령하고 있을 때여서 이소라 씨 외에는 여성 싱어 송 라이터가 심하게 안 되던 시절이었거든요.”

10년이 흘렀고 연륜도 쌓였으니 이제 방송이 좀 편해졌을까? 그녀의 대답은 ‘No’였다.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했는데 예전에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내 속의 것을 표현하기에 방송은 너무 순식간이라 삭막하고 공허하죠. 그렇지만 방송에 임하는 마인드는 달라졌어요. 넓게 내다보고 즐겨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역시 나이가 든 게죠. (웃음).”


- 이영미의 정서를 전하고 싶은 이번 앨범

이영미는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로 채운 이번 앨범을 자신의 정서가 담긴 앨범이라 소개했다. 평소 무대 위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강렬한 사운드의 노래가 귓가를 때릴 것이라 예상했건만. 웬걸? 애절한 발라드가 가슴을 울린다.

“제가 쓰는 곡은 대부분이 감성적인 노래들이에요. 저는 주로 슬플 때나 외로울 때 곡을 써요. 사실 전 하드한 노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기타보다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하고요. 콘서트를 하면서 고민되는 게 뮤지컬 속 제 모습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파워풀하고 열정적인 무대를 기대하고 오시는데 제 노래들은 슬픈 발라드가 많은지라 레퍼토리를 짜는 게 쉽지가 않아요. (웃음)”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만큼 이영미의 노래엔 그녀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 있다.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을 받아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안녕’ 역시 그러하다.

“3년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이틀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일어나 앉아서 한 시간 만에 쓴 곡이에요.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는 내용이죠.”

타이틀곡 못지않게 얼마 전 입대한 배우 조승우와 함께 부른 ‘이 길 위에 서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태리 칸초네 가수 ‘라우라 파우지니’가 벨기에 출신 가수 ‘라라 파비안’과 함께 부른 ‘고독(La Solitudine)’이란 노래를 남녀 듀엣곡으로 리메이크 한 곡이다.

“승우 씨와는 뮤지컬 두 작품을 함께 한 막역한 사이에요. 언젠가 사석에서 내가 앨범 내면 듀엣 한 곡 해줄 수 있냐고 물었죠. 승우 씨가 사람은 좋지만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성격이라 반신반의했는데 흔쾌히 ‘당연하지’ 하는 거예요. 근데 이번에는 제가 갚을 차례에요. 승우 씨가 자기가 있는 군대 극단에 와서 노래 강의를 한 번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해야죠. (웃음)”

- 뮤지컬도 나의 일부, 최초의 여성 헤드윅도 욕심나요

이영미에게 ‘가수가 좋냐 뮤지컬 배우가 좋냐’하고 묻는 것은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하고 묻는 것과 같다. ‘즐거운 인생’을 끝으로 음반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지금 그녀는 뮤지컬 무대가 몹시 그립다고. 하반기에는 되도록 음반과 뮤지컬을 병행하고 싶단다.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어 무대에 서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나를 감추고 극 중 캐릭터로 서는 것.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거기에 익숙해져 있더군요. 이제는 온전히 제 자신으로 서는 것이 어색할 정도니까요. 콘서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 혼자 끌고 가야 하는 데 반해 뮤지컬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루어 내는 맛이 있어요.”

뮤지컬을 하게 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 역시 이영미의 소중한 재산이다. 특히 송용진 과의 인연은 각별한데, 이번에 그녀의 음반을 출시한 인디 레이블 해적은 ‘헤드윅’으로 함께 무대에 섰던 뮤지컬 배우 송용진이 설립한 회사. 이츠학이 헤드윅의 소속 가수가 된 것이다. 역시 이츠학은 헤드윅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생각하니 참 재미있다.

“예전부터 용진 씨가 ‘자네 가수하고 싶나? 내 밑으로 들어와’ 하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는데 그게 실현 될 줄은 몰랐어요 (웃음). 요즘 용진 씨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있답니다. 막 사는 록커의 이미지, 철없는 동생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참 추진력도 있고 책임감도 강한 사람이더라고요. 사업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요. 저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제로여서 절대 그렇게 못할 거예요.”

송용진은 이런 말도 했단다. ‘누나가 언젠가 헤드윅을 한다면 이츠학은 내가 해줄게.’ 농담처럼 건넨 말이라지만 이 말 역시 실현될지 모를 일이다. 일본에서는 여자 배우가 헤드윅을 연기한 사례가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여배우가 헤드윅으로 서게 된다면 기존의 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제가 초연부터 이츠학을 해오면서 항상 아쉬웠던 게, 여러 배우가 각자의 개성을 살려 헤드윅이라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지만 진짜 여자의 감성으로 연기한 헤드윅은 없었다는 거예요. 헤드윅이라는 인물은 어차피 남성도 여성도 아닌 사람이니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잖아요. 남자에서 여자가 되다만 사람이 날 받아들여주지 않는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를 향한 애증에 괴로워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것을 다 던져버렸을 때 느끼는 해탈감. 이런 것들을 여성의 감성으로 좀 더 절실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마지막 토마토씬이 걸리기는 한데 (웃음) 설정 자체를 좀 바꿔서 접근하면 되지 않을까요.”


- 결론은 음악이다

이영미는 요즘 자신이 박쥐같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을 할 땐 가수로서 서는 무대가 목말랐는데 뮤지컬을 잠시 접고 음반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지금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는 것. 음악 활동의 연장이라는 생각에 시작한 뮤지컬이고 뮤지컬 배우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어느 덧 뮤지컬도 떼어낼 수 없는 자신의 일부가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보컬리스트로 남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노래를 사람이고, 뮤지컬을 하게 된 것도 거기에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뮤지컬도 저에게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아직도 뮤지컬 배우로만 불리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제가 참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저의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모든 일들의 바탕에는 음악이 있죠. 음악은 저에게 있어 삶이자 생활이에요.”

이영미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가수가 꿈이었던 부모님은 소위 명문대에 다니던 딸이 편한 길을 마다하고 가수가 되겠다고 나섰을 때 그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다. 이영미의 시원한 목청은 타고난 것이다. 집안사람들이 노래를 다 잘한단다. 유전자의 힘! 그녀는 종종 집안의 뿌리가 남사당패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주변 상황들이 그녀를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이끌었다.

“전 좀 운명론자예요. 사람의 큰 틀은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거든요, 재미 삼아 타로점 같은 걸 보면 저는 예능에 재주가 있는데 그 쪽으로 가면 고생만 하고 성공을 못한다고 하데요. 꼭 믿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아요. 이 일을 해오면서 전 한다고 했는데 참 힘들었거든요.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절 끌어당기는 무언가 때문에 음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런 경험상 저는 운명론자일 수밖에 없죠. 음악이 이영미의 운명입니다.”

[뉴스테이지=조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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