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환 기자] 건설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매입, 임대아파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재산 피해를 우려하는 입주민과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려는 건설사들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재산권 침해 논란은 정부가 비축용 임대주택 매입을 확대하는 데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 매입 신청을 하지 않던 대형건설사들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국토해양부는 지난 2007년 9월 공공 매입방식의 미분양 대책을 내놓은 뒤 총 1만2885가구를 매입, 임대아파트로의 전환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정책이 실시된 직후 분양아파트가 임대아파트로 전환되면서 입주자들은 매매가가 순식간에 몇 천만원이나 하락하는 등 재산 피해가 심각해지자 건설사에 항의하거나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며 재산권을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정부의 정책인 만큼 문제가 없다'면서 팔짱을 끼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정부 산하기관인 주공은 미분양 매입 주택 건설업체 뿐 아니라 매입 단지조차 공개하지 않아 기존 분양계약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수천만원씩 재산가치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고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를 도와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해 입주민들에게 재산 피해를 주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라며 "미분양 주택 매입 때 해당건설사와 최초 분양계약자 간 합의를 명시화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례1=금호건설이 포항 우현지구에 지은 '우현금호어울림'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입주자들과 금호건설 등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지난 2006년 6월께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 115.5㎡형 137가구, 118.8㎡형 122가구 등 모두 449가구를 분양했다.
분양 초기 금호건설은 분양률 60% 라고 홍보했으며 관할시청에 신고한 미분양 가구수는 80여 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한주택공사가 금호건설의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미분양 물량은 거의 절반에 가까왔다.
이에 따라 118.8㎡형 아파트의 경우 당초 분양가가 2억1500만원이었지만 주공이 매입한 뒤 전세 8000만원이나 보증금 49000만원에 월세 21만원의 조건으로 시장에 내놔 아파트 값이 급락하고 있다는 게 입주자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중도금 이자 후불제였던 아파트가 갑자기 중도금 30% 부담으로 변경 돼 고지되더니 지난 해에는 아예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변경, 초기 입주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입주자들은 금호건설을 믿고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이자까지 물어 가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고 있는데 어렵게 장만한 집이 21만원 짜리 월세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입주자 김 모(여.32세)씨는 "금호건설을 믿은 초기 입주자들에게 사전동의는 커녕 설명 조차 하지 않고 재산상의 피해를 보게 한 것 자체에 분개한다"면서 "특히 입주 3개월 만에 수십년 간 모은 전 재산으로 산 내 집이 임대 아파트로 ㅊ락한 만큼 대안이나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대해 금호건설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된 만큼 건설사 측이 다른 조치를 취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최대한 입주자들의 피해가 덜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사례2=고려개발은 지난 2006년6월부터 지난 해 12월까지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 479-7번지 일대 128,585 m² 규모의 'e-편한세상'아파트를 건립키로 하고 785세대에 대해 분양을 추진했다.
분양 당시 대림그룹의 'e-편한세상'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는 고려개발 측은 아파트 앞 공터에 대형할인마트(홈플러스)가 입점한다는 홍보전단지까지 만들어 분양 계약을 유도했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다소 외곽지역임에도 대형마트가 입점한다는 기대감으로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입주가 진행된 현재까지 해당 대형마트는 입정계획조차 없을 뿐 아니라 당초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실제 분양률 보다 더 높은 분양률 광고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입주예정자의 사전 동의나 설명도 없이 회사측이 미분양 물량에 대해 임대전환 계획을 추진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아직도 야후 등 포털사이트와 국민은행 등에 게재 된 분양률을 보면 70% 이상이라고 돼 있지만 관할 시청에 확인한 결과 실제 분양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려개발이 '다사 e-편한세상' 미분양 물량에 대해 임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항의하자 하청업체들의 하청 대금을 임대로 전환 해주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자들은 이같은 고려개발의 허위광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성재수 회장은 "현재 미분양 물량의 임대전환 추진에 따라 집값은 물론 전세값도 인근 지역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없는 돈에 빚까지 져서 장만한 내 집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만신창이가 돼 버려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대해 고려개발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이 주장하는 분양률 허위 표시는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예정자들의 피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에 있다"고 해명했다.
#사례3=대구 달서구 진천동의 태왕 아너스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한 입주자들이 건설사가 미분양 물량을 대한주택공사에 매각해 아파트를 임대아파트로 전락시켜 버려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8일 입주자들와 태왕아너스등에 따르면 태왕아너스는 지난 6월께 진천 태왕아너스 아파트 112.2㎡형 전체 233세대 중 미분양 된 167세대를 주택공사에 매각해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이 과정에서 태왕아너스는 당초 분양가 2억5000만원인 아파트를 25% 인하한 1억7000만원에 주공에 매각했다. 이를 매입한 주공은 지난 해 7월25일 보증금 5800만원에 월32만원으로 임차인 모집 공고까지 내보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주민들은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물어 가며 대출까지 받아 어렵게 장만한 집이 월32만원의 임대료를 받는 임대아파트로 전환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4월부터 입주한 입주자들은 이 과정에서 태왕아너스측이 입주자들에게 사전동의를 받기는커녕 현재까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런 계약을 체결했다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입주자 장모씨는 "이 집을 사기 위해 피땀흘려 모은 전재산도 모자라 1억원을 대출까지 받았다. 이렇게 피땀어린 돈 2억5000만원을 주고 산 집이 임대아파트가 되면서 지금은 1억5000만원에 매매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왼쪽집은 임대, 오른쪽과 윗 집은 분양가구 등이 혼합된 기형적인 구조로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는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는 데다 건설사 측은 '법대로 해라, 이 집을 사라고 한 적 없다'는 등의 황당한 대응을 보여 경악했다"면서 "건설사 배불리는 국가시책으로 국민들만 죽어나고 있다. 별도의 대책이나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 했다.
그러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시행사 측은 "건설사 입장에서 최대한 배려를 하고 싶지만 그런 사안이 아닌 만큼 입주민 개개인에 대해 어떤 보상책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