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 ‘맹인’도 스페인 내전으로 암울했던 시기와 독재정권이 장악했던 시대를 모두 관통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맹인 교장선생님과 앞을 보는 교감선생님, 그리고 그들을 부모처럼 따르는 천진난만한 학생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맹인학교는 진실을 볼 수 없는, 혹은 보기를 거부하는 유약한 인간의 내면세계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연극 ‘맹인’은 극단 물리의 제 3세대 오김수희가 연출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녀는 이번이 첫 데뷔작이다. “이 작품의 대본을 알게 된 것은 4~5년 전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주로 자극적이고 신선한 여러 현대극들을 많이 읽어 보았지만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희곡 ‘타오르는 어둠속에서’처럼 그다지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연출가 오김수희는 이번 작품을 ‘맹인’이라고 바꾸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타오르는 어둠속에서’라는 제목이 촌스러웠다. 이 제목보다 더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맹목’이라고 지었다. 작가의 실제 동생이 맹인이었다. 작가는 그 당시 맹인들의 삶을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지었다. 그리고 작품 속 인물들처럼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실제 겪고 있는 일이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맹인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이야기, 연극 ‘맹목(Blindness)’은 오는 4월 26일까지 설치극장 정美소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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