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시도의 경우 비교집단인 학교 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시군구 간에도 특목고 등이 해당 지역의 성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평준화.비평준화지역의 비교 우위도 다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날 공개한 자료에서는 2009학년도 수능 언어 영역의 시도별 1~4등급 비율에서 제주가 49.1%로 1위, 서울은 40.6%로 9위에 머물렀다.
또 수리가, 수리나, 외국어 영역에서 광주가 모두 1위, 서울은 각각 4위, 9위, 8위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 현재 제주의 일반계고는 18곳인데 비해 서울은 13배 정도인 225곳으로 제주의 일반계고 수가 서울의 8%에 불과하다.
표집 크기가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두 지역의 수능성적을 단순 비교한 셈이어서 타당성이나 신뢰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 18개 고교 중에는 외고, 과학고가 1곳씩 있어 특목고 비율이 11%에 달했지만 서울의 경우 수능을 치른 특목고가 9곳으로 전체의 4%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6일 "서울과 규모 면에서 차이가 너무 나는 제주 같은 지역을 단순히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위그룹도 1~4등급이 아닌 1~3등급까지만 분류했으면 결과가 분명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각광을 받았던 광주의 경우도 교육당국, 학교, 학생, 학부모가 함께 노력해 `실력 광주'를 탄생시킨 측면이 있지만, 이 지역에 사립고가 많고 주변 지역의 우수학생이 몰린다는 점도 무시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광주의 일반계고 49곳 중에는 사립고가 71%(35곳)에 달한다. 광주는 고교 진학시 주변 지역인 전남 읍면 지역에서 대도시인 광주로 우수학생이 몰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비평준화지역이 평준화지역보다 성적이 좋다는 평가도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입학생의 성적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지, 그 지역과 학교의 특별한 노력에 의한 결과인지, 경제력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는 좀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최근 5년간 수능 성적이 가장 좋았던 광주는 평준화지역이다.
또 비평준화지역인 충남은 지난해 수능 성적을 보면 언어 14위, 수리가 9위, 수리나 15위, 외국어 13위에 그쳤다.
평준화 문제보다는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기숙형 자율학교 등의 존재와 주변 환경 등에 의해 성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군구 평가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전남 장성군이 증명해주고 있다.
장성군은 학교가 사립고 1곳 뿐이고 2005년 입학생부터 목포 등의 시 지역이 평준화지역으로 전환됨에 따라 이들 지역의 우수한 학생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자율학교로 지정돼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 우수한 학교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학교로 평가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장성군과 경남 거창군이 이번에 주목받았는데 만약 이들 지역의 성공이 그 지역 중학교 학생들로 가능했다면 대단한 성공이지만 두 지역 모두 다른 시군, 다른 시도의 우수한 학생이 입학해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수능에서 수리가의 1~4등급 비율에서 경남 하동군이 전국 1위를 차지했는데 이 지역의 수리가 응시생은 단 1명이었다.
전국 12위를 한 강원 고성군도 응시생이 7명에 그쳤고 5위인 전남 해남군도 응시생이 21명이었다.
2006학년도 수능에서 수리가는 강원 정선군, 인제군, 전남 무안군, 경남 하동군이 1~4위를 차지했는데 응시생은 각각 1~2명 수준이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연구위원은 "수능자료만으로는 활용도가 제한적이며 잘못된 인식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별 학생의 능력 및 노력 정도,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 학교 소재 지역의 특성 등에 관한 정보가 동시에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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