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옷도 입어 본 뒤 구입하세요.”
속옷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 속옷매장을 찾은 전업주부 김선경(34) 씨는 판매사원의 예상치 못한 말에 흠칫 놀랐다. 여러 가지 스타일의 속옷이 준비됐으니 마음에 드는 제품을 입어보고 구입하라는 권유였다.
물론 이 백화점엔 쇼핑객이 남의 시선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속옷을 입어 볼 수 있도록 피팅룸이란 특별한(?) 공간이 있다. 김씨는 속옷을 입어 본 뒤 마음에 드는 속옷 두 벌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김씨처럼 속옷을 입어 보고 구입하는 체험형 쇼핑족이 늘고 있다. 이런 체험형 쇼핑족을 겨냥해 피팅룸을 설치하는 백화점도 부쩍 많아졌다.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이 이미 란제리 매장에 브랜드별로 피팅룸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갤러리아 압구정점은 웨스트 2층 란제리 코너에 피팅룸 4개, 현대백화점 신촌점엔 초대형 란제리 피팅룸 5개를 마련했다.
이 중 롯데백화점은 피팅룸(5~6평)을 대기실과 피팅실로 나눴고 내부 장식도 화려하게 꾸미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피팅룸도 벽면을 거울로 둘러싸고 핑크색의 로맨틱한 공주풍 방으로 꾸며놓은 게 특징이다.
판매사원이 보는 앞에서 속옷 입는 것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혼자 속옷을 착용한 뒤 사원에게 점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호출하는 별도의 벨도 준비한 백화점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비비안 매장 근무하는 판매사원 이대은 씨는 “속옷은 치수가 세분화되어 있어 선택이 어렵다”며 “몸의 굴곡에 따라 부분별로 치수를 재야 하기 때문에 치수 측정 역시 혼자서는 힘들어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객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예전엔 속옷을 입어 보는 것에 대해 대부분 거부감을 가졌지만 최근엔 매장을 찾는 고객들 중 절반 이상이 피팅룸 서비스를 희망하고 있고 단골고객도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피팅룸 서비스가 인기 상한가를 치면서 백화점뿐 아니라 속옷 메이커들도 잇따라 직영매장에 피팅룸을 설치하고 있다. 비비안과 비너스 등이 대다수 속옷 메이커가 피팅룸 서비스에 마케팅 코드를 맞추고 있다.
실제 ‘비비안’은 전국 직영매장에 피팅룸을 만들었다. 이곳에선 고객의 신체 치수 측정부터 착용법 안내, 제품 선택 등 다양한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너스’ 역시 피팅 체험 마케팅에 승부수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