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정부가 비만치료제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보건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1월 유럽에서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를 복용한 일부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시장퇴출이 이루어진데 따른 것이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전문약)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종류별로는 포만감을 높이는 시부트라민 성분 제제가 연간 약 500억원 규모로 가장 크다.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 시장은 리덕틸(애보트) 36%, 슬리머(한미약품) 24%, 실크라민(종근당) 8%, 엔비유(대웅제약) 7.8% 등 50여종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또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비만치료제 시장도 연간 130억원 규모다. 지방흡수 억제제 시장은 제니칼(로슈) 81%, 리피다운(한미약품) 14%, 락슈미(종근당) 4.4%, 제로엑스(보람제약) 1%로 알려져 있다.
펜타민, 펜디메트라진, 마진돌 등 향정신성 비만치료제인 암페타민류 시장은 약 310억원로 추산된다.
식약청에 따르면 향정신성 비만치료제 시장은 2008년 약 414억원이 생산된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기준으로 푸리민정(드림파마) 등 염산펜터민 성분은 227억원, 푸링정(에이치팜) 등 주석산펜디메트라진 성분은 168억원이 생산됐다.
이밖에도 마진돌은 사노렉스정(대원제약), 염산디에칠프로피온은 웰피온정(휴온스) 등이 대표품목으로 향정 식욕억제제는 약 70품목이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부트라민 제제가 시장 퇴출될 경우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일부에선 제니칼 등 지방흡수 억제제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시부트라민 제제가 퇴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경우 지방흡수 억제제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시부트라민 제제 다음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흡수 억제제가 한국인 체질에 맞지 않는 경향이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빠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더 선호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부작용. 불면증, 우울증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된 만큼 시부트라민 제제 못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염려가 크다.
최근에는 폐동맥성 고혈압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례도 보고되면서 과연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시부트라민제제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비만 전문의들이 입장을 밝힌 것처럼 시부트라민 제제에 일부 부작용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안전하게 처방이 내려지고 있다"며 "만일 시부트라민 제제를 퇴출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큰 향정신성 비만치료제가 처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청은 현재 필요할 경우에만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를 처방및 조제하도록 자제권고 조치를 내리고 있다. 오는 3월 유럽의약품청의 최종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검토한 뒤 시장퇴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처방을 받은 환자의 경우 혈압 상승이 보고됨에 따라 약 처방 전 혈압과 맥박 측정은 물론, 치료를 시작한 후에도 정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시부트라민’ 성분을 처방한 환자의 혈압과 심박동수가 증가할 경우 약물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
특히 관상동맥 질환, 울혈성심부전, 빈맥, 말초동맥 폐쇄성 질환, 부정맥, 뇌혈관 질환(뇌졸중이나 일환성허혈발작)이 있거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 사용을 금하도록 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심사숙고한 결과 3월에 나오는 최종 임상시험결과를 본청에도 제출하도록 제약사에 전달했다"면서 "오는 26일 국회에서 비만치료제 안전관리방안에 대한 소비자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