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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패션 제품 심의 섣불리 맡기면 오히려 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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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패션 제품 심의 섣불리 맡기면 오히려 덤터기
  • 박한나 기자 hn10sk@csnews.co.kr
  • 승인 2010.03.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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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한나 기자] 의류나 구두등 패션제품에서 하자가 발생해 업체와 분쟁이 일 경우 소비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이 심의기관이다. 하지만 이들 심의기관이 늘 소비자 편에 서는 것은 아니어서 심의를 신청하기 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심의에서 업체의 잘못으로 결론이 난다면 배상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옷 외에도 신발, 가방, 커튼, 침구류 등이 모두 의류 심의기관의 심의 대상이다.

세탁소에서 발생한 원단 수축이나 늘어짐, 재오염, 버블, 경화현상,  파손, 보플 등도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의류 심의기관이 언제나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과실’로 판정받을 경우 오히려 보상이 더 멀어지게 된다. 업체들에게는 일종의 '면죄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심의에 드는 비용과 빠르면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는 심의 소요기간 등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의류심의 전문기관 중 하나인 (사)대한주부클럽연합회 박제선 부장은 “의류 심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소비자의 불만도 높지만 세탁업자나 제조사 역시 심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해 재심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심의 신청 전, 상담센터를 통해 충분한 상담을 거치는 것이 소비자의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털 빠지는 알파카 코트, ‘이상 없음’

올해 초, 김해시 삼문리의 이 모(남.25세)씨는 어머니가 구입하신 58만원짜리 알파카 코트 때문에 속을 끓였다. 1년 전, 창원의 A백화점에서 구입한 알파카 코트의  등 부분과 옷소매 끝자락에서  털 빠짐이 심해 입을 수 없을 지경이 된 것. 

알파카 코트를 구입한 백화점 매장에 문의하자  ‘제품 이상이 있다는 심의기관의 판정을 받아야지만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씨는 즉각 심의기관으로 심의를 보냈으나 얼마 후  “털 빠짐은 알파카의 특성으로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백화점과 매장측은 이를 근거로 교환은 물론 AS마저 거절했다.

이 씨는 “매장 내 다른 알파카 코트와 비교 해봐도 털 빠짐이 심한데 심의에는 이상 없음으로 나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2차 심의를 의뢰할 지 고민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심의 결과가 이상 없음으로 나온 이상 규정을 무시하고 보상할 수없다”고 밝혔다.

알파카 코트를 심의한 (사)한국생활소비연구원 관계자는 “알파카는 기모를 깎아 만든 제품으로 해당 의류의 3군데에서 샘플을 채취하여 이상 없음 판정을 했다. 요즘 같이 대기가 건조하고 마찰로 인한 정전기가 발생할 때는 소비자가 털이 더 많이 빠진다고 느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심의결과 인정 못 한다’는 세탁업자


수원시 화서동의 이 모(여.24세)씨는 지난 1월 7일 폭설로 인해 어그부츠에 생긴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얼룩을 지우기 위해 단골 세탁소에 세탁을 맡겼다. 그러나 이틀 뒤 이 씨가 찾은 어그부츠는 표면이 심하게 얼룩지고 양털이 뻣뻣하게 손상됐다.

이 씨는 원상회복을 해주겠다는 업체를 믿고 다시 한 번 수선을 맡겼으나 상태는 더욱 악화돼 어그부츠의 색상이  베이지색에서 짙은 밤색으로 돌변했고 얼룩과 손상된 털도 그대로였다.

결국, 이 씨는 지난 1월 20일 한국소비생활연구원에 의류심의를 맡겼다. 이틀 뒤 이 씨는 ‘세탁부주의’라는 결과를 통보받아 세탁업체에게 심의서와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세탁소 측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에서 나온 결과는 납득할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다시 의류심의를 받아 제출하라”고 억지를 부렸다. 

이 씨는 “공인된 기관에서 받아 온 심의서를 신뢰할 수 없다니 너무 황당했다. 억울한 마음에 다시 한국소비자원에 의류심의를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해당 세탁업체 관계자는 “아직 명확하게 세탁부주의로 확인된 것이 아니다. 제보자가 한국소비자원에 심의를 의뢰한 만큼 그 결과에 따르겠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소비자 과실’ 인정 못해!

경북 경산시 중산동의 최 모(남.43세) 씨는 지난 1월 초, 유명 브랜드 등산복 자켓을 24만원에 구입했다. 최 씨는 새로 산 자켓을 단 두 번 착용했을 뿐인데 자켓 안쪽 목 부분에 검은 얼룩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운동을 하거나 땀을 흘린 일도 없는데 새 옷이 이렇게 오염이 될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한 최 씨는 지난 1월 9일 매장에 교환을 문의했다.

매장 직원은 ‘본사에 학인 해 봐야겠다’며 최 씨를 돌려보낸 후 ‘회사 비용 부담으로 심의를 의뢰해 결과에 따라 보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최 씨가 매장에 최초 항의한 날로부터 20일이 지나 심의 결과가 나왔지만, 최 씨의 자켓은 ‘소비자 과실로 인한 오염’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심의 결과를 근거로 구입 매장과 본사는  ‘교환도 환불도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최 씨는 “겨울철에 땀 흘릴 일도 없었는데 목부분이 저절로 변색되고 이를 소비자 과실로 처리하는 것을 이해할 수없다. 이제 그 옷을 다신 입고 싶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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